주식투자 손실 만회하려 고객 돈 94억원 빼돌려
찌라시 믿고 특정 주식 집중매입…반 토막 나 더 큰 손실

94억여 원의 고객 돈을 횡령한 경남 밀양의 한 새마을금고 업무총괄부장 박모(46)씨는 주식투자로 손해 본 돈을 만회하려고 고객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해 결국 패가망신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경찰서에 횡령 혐의로 체포된 박씨는 지난 2006년부터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21일 진술했다.

지병을 앓는 형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말했다.

점차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집을 담보로 잡히는 등 개인적으로 대출받아 3억~4억원을 투자했으나 실패했다.

박씨가 산 코스닥 종목인 전자부품 제조업체 B사의 주식이 상장 폐지됐기 때문이다.

상장 폐지 등 여파로 손실 규모가 7억여원으로 늘면서 추가 대출이 여의치 않자 2010년부터 자신의 직장인 새마을금고의 고객 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는 201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31차례에 걸쳐 모두 94억4천600만원의 고객 돈을 무단으로 인출,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코스닥 시장에서 한 스포츠신문 주식을 집중적으로 샀다"고 진술했다.

박씨가 사들인 스포츠신문사 주식은 모두 980만여 주에 이른다.

이 회사의 전체 주식 수(8천200만여 주)의 12% 정도에 달한다.

그는 "해당 스포츠신문사가 여자 영화배우의 중국 한류 및 캄보디아 로또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를 보고 계속해 사들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씨가 샀을 때 주당 가격은 평균 800~805원으로 모두 80억원 가량을 썼다.

그러나 '대박'을 노렸으나 주가 폭락으로 결과는 참담했다.

20일 종가는 305원으로 매입 가격과 비교해 반 토막 아래로 뚝 떨어졌다.

주식투자로 날린 돈을 한방에 만회하려다가 더 큰 손실을 보고 만 것이다.

이 주식들(30억원 상당)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울산경남지역본부가 손실 규모를 줄이고자 최근에 압류 조치했다.

나머지 10억여원도 주식 투자를 하다가 날렸다.

박씨는 횡령을 은폐하려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발급받은 것처럼 컴퓨터 스캔 등으로 잔액 증명서를 교묘하게 위조했다.

자신이 금고와 총무 업무를 총괄했던 점을 악용해 주변 동료는 한동안 눈치 채지 못했다.

박씨의 횡령 사실은 지난 7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다른 금융기관에 넣어둔 거액을 중앙회에 예치해 달라"고 해당 새마을금고에 부탁하는 과정에서 발각됐고, 중앙회가 감사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최정태 밀양서 수사과장은 설명했다.

경찰은 박씨의 계좌를 추적, 횡령한 돈의 정확한 사용처와 함께 공모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특가법상 횡령,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밀양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