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은 성과제일주의를 최우선시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근태관리도 철저하다. 연장근로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연장근로를 한 뒤 수당을 받으면 중징계를 받게 된다. 심하면 해고까지 당한다.

재택근무자가 근무시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해 성과가 떨어지면 재택근무 권리를 박탈당한다. 개리 피스 코닝 HR팀장은 징계를 받을 만한 유연근무 남용 형태로 △재택근무자가 다른 곳에서 개인적 업무를 하는 경우 △3일 출근, 2일 재택근무를 약속하고 2일만 출근하는 경우 △상사 허락 없이 개인적 용무를 보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미국은 공평성을 중요시하는 문화다. 따라서 동료 중 누군가 일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동료들의 압력을 받게 된다. 과도하게 휴식을 취하는 동료가 있으면 다른 동료들이 “그렇게 하면 팀 전체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식의 충고를 한다.

전기·가스공급회사인 PSEG의 인사부 간부 출신인 윌리엄 드와이어 럿거스대 경영학 교수는 “업무시간 중 성실히 일하지 않고 태만하면 생산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곧바로 동료들의 압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근무시간 중 개인적인 일로 휴대폰을 자주 걸거나 이메일을 사용하면 관리자로부터 경고를 받는다.

드와이어 교수는 “낮은 레벨의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회사 전체의 생산성과 관련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이고 업무시간 중에 개인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좀 더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수당을 받기 위해 잔업을 남용하는 경우 비록 노조에 가입돼 있더라도 해고될 수 있다. 노동법에는 근무시간을 거짓으로 기재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PSEG에서 실제로 주말 근무를 거짓으로 올린 근로자가 해고된 사례가 있다고 드와이어 교수는 소개했다.

미국은 직장 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눈치 보기 잔업은 거의 없다. 노상호 일본생명베네핏 한국사업부 팀장은 “한 회사에 남아서 끝까지 근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며 “다만 좋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선 전 직장의 평가와 일을 익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근로자들은 퇴직할 때까지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에선 다른 곳으로 이직하며 승진하기를 원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