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안 가져왔어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제2공항인 알막툼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린 중동 최대 항공박람회 ‘두바이 에어쇼 2013’에 참석한 셰이크 아메드 빈 사이드 알막툼 에미레이트항공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엔 항공기를 얼마나 살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임을 암시한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날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여객기인 ‘777X’ 150대를 556억달러에, 에어버스 여객기 ‘A380’ 50대를 230억달러에 각각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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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을 비롯해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 카타르의 카타르항공 등 중동 내 3대 항공사들은 이번 에어쇼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항공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바이 에어쇼 주최 측에 따르면 17일 행사 시작 세 시간 만에 1626억달러(약 172조원)어치 여객기 매입 계약이 체결됐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세워진 최대 구매 기록(1550억달러)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에티하드항공은 이날 보잉 ‘777S’ 모델 56대와 ‘드림라이너’ 30대 등 252억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카타르항공도 보잉 777X 기종 50대와 에어버스 화물수송기 ‘A330’ 3대 등을 주문했다. 두바이 에어쇼 2013은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1986년 처음 개최된 두바이 에어쇼는 초기엔 부정기적으로 열리다가 2001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 행사로 자리잡았다. CNBC는 “중동이 세계 항공업계의 새로운 허브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동 산유국들도 언젠간 석유만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며 “자본력을 동원해 가장 빠른 속도로 키워낼 수 있는 산업으로 항공업을 고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