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검사부 금융사기방지 특별전담반의 직원들의 하루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15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부산은행범냇골 지점 3층. 이곳에서 검사부 직원들은 오전 8시부터 자리에 앉아 자신의 모니터에서 눈을 때지 않았다. 전날에 발생한 다수계좌의 대포통장 의심여부를 체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 실시간 모니터에 자동으로 뜨는 전화금융사기 의심 계좌를 일일이 검색하기 위해서다.

요즘은 범행대상이 고령자에 국한되지 않고 전 연령대로 확산되었고 과거 전화사기범들이 대포통장으로 이체된 금액을 인출하는데 5분정도 걸리던 것이 지금은 조직화를 통해 1~2분이내 인출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그야말로 ‘1초의 승부사’가 돼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BS금융그룹 부산은행(회장 겸 은행장 성세환)은 2010년부터 보이스 피싱 등 신종 전화금융사기를 미연에 방지코자 총 6명으로 구성된 특별전담반을 상시 운영중에 있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자녀납치를 가장한 전화금융 사기범에게 속아 6700만원을 이체하려던 박모 씨(60대)의 통장거래가 전화금융사기 의심으로 판단돼 신속한 대응으로 계좌이체를 막고 112에 즉시 신고해 고객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전화 사기범이 박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다”고 협박해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하게 한 뒤 대포통장에 1200만원을 송금하게 하고, 추가이체를 하도록 강요하는 과정에 부산은행 전화금융사기 전담반의 상시 모니터링에 딱 걸린 것이다. 추가 피해 뿐 아니라 전담반의 발빠른 대응에 미리 이체하였던 1200만원도 출금지급정지를 통해 전화 사기범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다.

박모 씨는 “부산은행 전화금융사기 전담반이 아니었다면 가족을 위해 쓰려고 어렵게 모은 돈을 다 날릴 뻔 했다”며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다”며 긴박했던 그날 사건에 대해 전했다.

부산은행은 전화금융사기 특별전담반 운영과 동시에 폰뱅킹과 대포통장 등 여러가지 거래 형태에 따라 사기의심 거래가 자동으로 화면에 나타나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타은행 여러 계좌로 일정 금액이상 송금을 하면 전화 금융사기 피해로 판단하고, 주소지가 서울이나 경기도인 사람이 부산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통장은 대포통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읽어낸다.

부산은행은 이를 통해 지난해 92건 총 23억원, 올해는 9월까지 82건 총 14억 8100만원을 금융사기로부터 지켜냈다. 전화금융사기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현태 검사부장은 “절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자녀소재를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협조를 구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고 금융기관과 관공서에서 전화로 개인정보나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는 일은 절대 없으니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보이스 피싱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