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부품 납품업체도 '품질 서류' 대거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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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기술품질원 조사
전차·자주포·헬기 부품서·피복·식재료 등 군수품까지 시험성적 위·변조 125건 적발
전차·자주포·헬기 부품서·피복·식재료 등 군수품까지 시험성적 위·변조 125건 적발

전차, 자주포, 헬기 등 무기나 군용 장비에 쓰이는 부품이나 원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례는 23개 업체, 103건에 달했다. 손상된 전차를 구조, 정비하는 구난전차는 납품업체 세 곳이 브래킷, U-볼트, 판 등의 부품을 공급하면서 무려 7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니켈(Ni) 함량이 8.02%로 나오자 규격(9.0~13.0%)을 충족하는 9.32%로 위조한 사례도 있다.
우리 군의 핵심 무기체계인 K-9 자주포(사거리 40㎞·사진)도 납품업체 세 곳이 차량걸쇠, 밀대, 절연판 등 13건의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제출했다. 인장강도가 규격 대비 20% 미달하는 11.0이나 성적서에는 13.8로 허위 기재한 경우도 적발됐다.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기동헬기 수리온은 납품업체 두 곳이 와이퍼조립체 등 세 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향후 무기체계의 성능과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병들이 소비하는 피복과 식재료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업체 11곳도 덜미를 잡혔다. 공군 조종사용 가죽점퍼는 시험성적서 상 가죽의 두께가 위조됐고, 사출식 전투화는 앞 덮개용 가죽과 허리쇠 등의 시험성적서가 허위로 작성됐다. 이들 업체는 공인시험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팩스로 기품원에 발송하면서 기재 내용을 조작했다고 기품원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기품원은 핵심 군수품에 대해서는 직접 품질관리를 하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비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계약업체에 위임해 공인시험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최창곤 기품원장은 “위·변조 품목들은 심각한 정도는 아니며, 지금까지 이로 인해 장비가동 중단이나 운용 간 불만제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내구도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군과 협조해 장비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전량 리콜해 정상품으로 교체하고 해당 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