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국계 기업의 공공조달시장 독식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참여 제한의 허점을 파고들어 외국계 기업만 어부지리를 본다는 잇단 지적에 대한 답변은 그렇게 나왔다. 경제 정책 사령탑이 지금이라도 동반성장 정책의 문제들을 인식하게 됐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법이다. 현 부총리는 외국계 기업에도 국내 대기업과 똑같이 시장참여를 제한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방법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지금 한국 공공시장을 맹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외국계 기업의 면면을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김해공항 면세점의 중소기업구역 DF2 운영자로 선정된 회사는 세계 2위 면세점 업체인 스위스 듀프리의 사실상 자회사다. 정부세종청사 급식권을 따낸 아라코의 미국 본사는 세계 3대 급식업체이고, 조달청의 2012년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업자로 선정된 곳도 미국계 오피스디포다. 여기에 시스템통합시장도 IBM 등 외국계 대기업이 무혈입성하다시피 하고 있다. 공공시장만 그런 게 아니다. 프랑스 최대 프랜차이즈 르더프는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빵집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일본 트라이얼컴퍼니는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를 기다렸다는 듯이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광고시장까지 외국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외국계 기업도 똑같이 규제하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 당장 통상마찰이 일어날 것은 뻔하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을 배척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제한받게 된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답시고 좁은 국내시장을 지키려다 더 큰 해외시장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 이 모든 예견되는 부작용은 정부가 처음부터 잘못된 규제를 고집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조달시장 대기업 규제와 중기적합업종 지정 등을 재검토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