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지구를 닮은 별
별을 관찰하는 최고의 방법은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하고 경이롭게 보인다. 저 먼 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별은 왜 밤에만 보일까, 달에는 옥토끼와 계수나무만 있는 걸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소행성 B 612에서 왔다는데 나도 혹시 어느 별에서 온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호기심은 꿈을 낳고 꿈은 새로운 발견을 낳는다. 그래서 천체물리학자들도 가끔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아이의 시각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딘가에 또 다른 지구가 있다는 얘기를 다룬 영화 ‘어나더 어스’ 또한 이런 상상력의 결실이다. 저 무한한 우주공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면, 그를 만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과학자들은 이를 다중우주론과 평행우주론 등으로 설명한다. 다중우주론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 다른 일이 또 다른 우주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것이 거품 같은 우주들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면 우리 몸과 지구의 물질을 형성하는 패턴도 수없이 반복되고, 각자의 인생도 어딘가에서 동시에 움직일지 모른다. 평행우주론을 적용해도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 어딘가에는 지구와 똑같은 원자로 이뤄진 행성이 있고 우리의 모든 게 복제돼 있을 수 있다.

우주에는 수천억개의 은하가 있고 그중 하나인 우리 은하계에만 2000억개의 항성이 있다니 그 많은 별 중에서 지구와 닮은 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은하계 바깥으로 시야를 넓히면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엊그제는 우리 은하계에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별이 200억~400억개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그동안 미 항공우주국의 케플러우주망원경이 ‘지구형 행성’ 후보로 찾아낸 별이 600여개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지구형 행성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태양과 같은 중심 항성에서 너무 멀거나 가깝지 않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온도를 갖춘 ‘골디락스 존’에 있는 별이다. 가장 가까운 것은 불과 12광년 거리여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지구에서 131억광년 떨어진 새 은하계를 찾았다는 소식도 있었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우주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지구에 또 다른 나의 모습을 가진 내가 있다면, 진짜 나는 누구일까. 그곳의 나는 이곳의 나보다 뛰어날까. 그도 나처럼 후회하거나 기죽을 때가 있을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할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