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문재인 소환"…文 "당당히 응할 것"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사진)을 참고인 신분으로 직접 불러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회의록 삭제에 관여한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와 수위를 정한 뒤 이르면 다음주 중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의원 곧 소환…수사 ‘분수령’

4일 검찰과 민주당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지난 2일 문 의원 측에 이번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현재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며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최대한 일찍 나와 달라는 뜻을 문 의원 측에 전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도 통보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6일께 소환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회의록을 둘러싼 검찰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비서실장 자리에 있었던 만큼 회의록의 미이관 및 삭제 배경 등에 대해 직접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 의원을 상대로 △회의록 삭제 지시 여부와 주체 △회의록의 성격(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 △국가기록원 미이관 배경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세한 경위를 묻는 한편 이전 인사들의 진술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회의록 생성에 관여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회담 당시 배석한 청와대의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과 ‘봉하 이지원’을 구축한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이었던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이지원 개발을 주도한 민기영 전 업무혁신비서관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해 왔다.

○조만간 사법 처리 여부 결론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회의록 수정본이 조명균 전 비서관 실수로 이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이 2008년 이지원에 수정본을 등록했으나 당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문서를 종이로 출력해 넘기라”는 공지도 확인하지 못한 탓에 누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검찰에서 파악한 사실과 다르다. 노무현 정부 측에서 변명을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 ‘고의 삭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수사팀은 회의록 초안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채 이지원에서 삭제됐으며 수정본을 봉하 이지원(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가져간 이지원 복사본)에서 복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사팀은 회의록 초안을 대통령 기록물로 판단, 이를 삭제하는 데 개입한 행위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문 의원의 소환을 두고 야권은 ‘편파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특별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사람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것은 선례도 없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찰이 대화록 실종사건을 전광석화같이 수사하면서도 정작 대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대화록 불법 유출에 대해서는 미적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소람/이호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