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NPL) 운용회사 우리F&I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증권금융에 투자은행(IB)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증권금융이 민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신들의 대주주(은행, 증권사)와 직접 경쟁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증권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우리F&I를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는 한국증권금융의 인수전 참여를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1955년 창립 이래로 한 번도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다, 금융권 내에서 ‘공공적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의 ‘태생’ 때문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정부 지분이 없는 만큼 명목상 민간 회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예탁금 관리, 우리사주제도 지원 등 증권업계 인프라를 지원하는 만큼 업계에선 사실상의 ‘공공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주주들도 공적 역할을 염두에 두고 분산돼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일단 한국증권금융이 ‘진정성’을 갖고 있을 경우 ‘자금조달’ 측면에서만큼은 강력한 인수 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꾸준히 내는데다, 그동안 자본 계정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9000억원을 웃돈다. 경쟁상대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비교할 때 자금조달 비용이 낮고, NPL과 PEF 시장에 간접 투자를 한 경험도 있다.
다만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회사가 대주주들과 민간 M&A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이다. 인수전에 먼저 뛰어든 대신증권은 갑작스러운 경쟁자의 출현이 달가울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구나 대신증권은 한국증권금융의 지분 4.3%를 가진 주요 주주다.
인수전 경쟁사들은 한국증권금융이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PEF 운용사와 연대하거나 우리F&I 인수를 추진하는 PEF에 간접 투자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증권금융이 우리F&I 인수전 참여를 놓고 금융당국과 사전 교감을 가졌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정부 측과 사전 논의를 했다는 것. 하지만 금융당국과 한국증권금융은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