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4일 오전 9시5분

[마켓인사이트] 증권금융, 우리F&I 인수전 참여 '뒷말'
‘복병인가, 허수인가.’

부실채권(NPL) 운용회사 우리F&I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증권금융에 투자은행(IB)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증권금융이 민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신들의 대주주(은행, 증권사)와 직접 경쟁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증권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우리F&I를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는 한국증권금융의 인수전 참여를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1955년 창립 이래로 한 번도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다, 금융권 내에서 ‘공공적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의 ‘태생’ 때문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정부 지분이 없는 만큼 명목상 민간 회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예탁금 관리, 우리사주제도 지원 등 증권업계 인프라를 지원하는 만큼 업계에선 사실상의 ‘공공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주주들도 공적 역할을 염두에 두고 분산돼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일단 한국증권금융이 ‘진정성’을 갖고 있을 경우 ‘자금조달’ 측면에서만큼은 강력한 인수 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꾸준히 내는데다, 그동안 자본 계정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9000억원을 웃돈다. 경쟁상대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비교할 때 자금조달 비용이 낮고, NPL과 PEF 시장에 간접 투자를 한 경험도 있다.

다만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회사가 대주주들과 민간 M&A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이다. 인수전에 먼저 뛰어든 대신증권은 갑작스러운 경쟁자의 출현이 달가울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구나 대신증권은 한국증권금융의 지분 4.3%를 가진 주요 주주다.

인수전 경쟁사들은 한국증권금융이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PEF 운용사와 연대하거나 우리F&I 인수를 추진하는 PEF에 간접 투자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증권금융이 우리F&I 인수전 참여를 놓고 금융당국과 사전 교감을 가졌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정부 측과 사전 논의를 했다는 것. 하지만 금융당국과 한국증권금융은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했다.

좌동욱/장창민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