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관련 공공기관들이 내년에 이전해올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에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해양 파생 금융중심지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김태현 기자
금융 관련 공공기관들이 내년에 이전해올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에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해양 파생 금융중심지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김태현 기자
지난달 31일 부산 남구 문현동에 있는 문현금융단지. 부산 금융중심지 랜드마크가 될 63층짜리 부산국제금융센터가 건물 골조 공사를 끝내고 유리 붙이기 작업을 한창 마무리하고 있었다. 내년 6월이면 공사를 완공할 것이라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바로 옆에는 내년 입주를 목표로 30여층 규모의 부산은행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창립 46주년을 맞은 부산은행의 성세환 행장(BS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문현금융단지 내 신사옥 이전에 발맞춰 제2의 창업정신으로 지역 공헌과 상생 경영, 스마트 금융 등을 기반으로 그룹을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은행 부산본부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업무에 들어가면서 문현금융단지의 기반 구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산의 금융중심지 도약이 서서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09년 금융중심지 지정 고시 이후 동북아 해양파생특화 금융중심지의 거점지역 기반 조성이라는 목표가 서서히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는 복합개발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내년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남부발전, 한국청소년상담원 등 6개 이전 공공기관이 입주한다. 부산에 있는 한국거래소와 농협 부산본부도 둥지를 틀 예정이다.

부산시는 해양파생특화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특화 산업과 연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리나라 선박 수주 점유율은 세계 50%를 넘어서면서도 선박금융 점유율은 4~6%대에 불과해 시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박종수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부산항만협의회 위원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조선(1위), 해운(2위)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 자금 조달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조선해양이 이뤄지고 있는 부산권에 해양 파생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와 대학들은 한국선박금융공사와 부산금융전문대학원, 부산국제금융연수원 등도 설립해 선박금융 허브의 기반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내 중앙청산소와 탄소배출권거래소를 유치해 파생금융의 거점도시 역할도 높여 나갈 방침이다. 타지역보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부산 금융중심지 도약에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부산시가 해양과 파생상품 중심지 도약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었지만 금융위원회가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해 해운과 조선업체를 지원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수 있다며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은 “WTO 제소는 핑계고 정부는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할 의지가 없다”면서 “대통령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것으로 보여 대정부 투쟁을 펼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부산대 교수는 “선박금융공사가 설립되지 않으면 부산은 하드웨어만 있지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금융지역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환 해양대 교수는 “기대했던 선박금융공사가 무산돼 난감하다”면서 “한국정책금융공사의 부산 이전을 추진해 선박 관련 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