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두산중공업 등의 지원으로 8900억원을 확보한 두산건설이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PE)와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분기 영업 흑자를 낸 데 이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금융감독 당국의 권고도 외부 자금 유치에 나선 배경으로 알려졌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SCPE를 대상으로 지분 유동화를 통한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한 차례 더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로 조달한 자금은 올해 말까지 돌아올 회사채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 발행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 전해졌다.

SCPE는 2011년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지게차 부문(두산산업차량)을 분할할 때 유상증자에 참여, 661억원을 투자한 뒤 올 6월 (주)두산이 이를 1070억원에 되사주면서 원금 대비 두 배에 가까운 투자 수익률을 거두는 등 두산그룹과 인연이 각별하다. 두산건설의 최대 주주는 두산중공업으로 84.29%(6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87.42%에 이른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두산건설의 외부 자금 수혈을 ‘턴어라운드’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두산건설이 위험 단계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이 없다면 사모펀드 같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돈을 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운전자금 운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일산 제니스 사업장의 자금 투자가 완료됐다”며 “영업실적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고, 부채도 1조5000억원 정도라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59.7% 증가했고, 자본 총계도 6월 말 기준 1조5420억원으로 작년 말(6077억원)보다 크게 늘어났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