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도 눈독들이는 부실채권시장…수익 짭짤하지만 은행엔 '그림의 떡'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부실채권(NPL) 투자회사 ‘우리F&I’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물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같은 해외 사모펀드(PEF) 등 9곳이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에 연 7%가 넘는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은행들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부실채권을 직접 회수하지 못하고 우리F&I 등과 같은 NPL처리 전문회사들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매각해야 해 불만이 팽배하다.

◆연간 6조원 시장으로 성장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자체 처리하지 못해 시장에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2007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정상화시킬 여건이 되지 않자 부실채권 처리 전문회사들에 싸게 팔아넘기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전문회사를 ‘NPL 자산관리회사(AMC)’라고 하는데 우리F&I와 유암코 등이 대표적이다. NPL AMC는 은행들로부터 넘겨받은 부실채권을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관리, 재매각한다.

유암코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을 10~20% 싼 가격에 사와 연 7~10%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암코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173억원에서 2012년 99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우리F&I는 지난해 459억원을 벌어 들였다.

◆은행 4년째 자체 유동화 전무

NPL시장이 커진 것은 2010년 IFRS가 도입된 영향도 크다. IFRS 도입 전에는 은행들이 직접 SPC를 세워 NPL자산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자산을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회수해 왔다. 회수금액도 NPL회사에 파는 것보다 많았다.

IFRS 도입 이후엔 달라졌다. SPC에 부실채권을 넘겼다 해도 SPC가 모든 부실채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SPC에 넘긴 금액 모두를 고스란히 은행 부실채권으로 간주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해마다 감독당국이 설정한 부실채권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올 연말 목표치는 1.49%다. 2010년(1.84%)보다 강화됐다. 이를 맞추려면 부실채권을 NPL회사에 팔아치우는 것이 최선이다. 2010년 이후 은행들이 자체 처리한 부실채권이 하나도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