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대회 나가 우승해도 상금왕?"
올해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상금왕 타이틀이 KPGA 비회원 자격으로 단 3개 대회에 출전한 강성훈(26·신한금융그룹)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미국 PGA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뛰었던 강성훈은 29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파72)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에서 상금왕 타이틀에 도전한다.

◆단 3개 대회 출전자가 상금왕

"딱 한 대회 나가 우승해도 상금왕?"
강성훈은 최근 열린 CJ인비테이셔널과 한국오픈에서 연속 우승하며 우승 상금 4억7552만원을 챙겨 상금랭킹 2위인 류현우(4억4100만원)보다 3400만원 앞서 있다. 류현우는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했다.

강성훈은 올 시즌 웹닷컴투어에서 5만6075달러의 상금을 획득, 상금랭킹 97위에 그쳐 1부투어 시드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 대회 출전 자격이 없던 강성훈은 CJ인비테이셔널 주최자인 최경주에게 부탁해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한국오픈은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이유로 초청장을 받고 나갔다.

시즌 최종전은 우승 상금이 6000만원, 준우승 상금이 3000만원이어서 강성훈의 올해 상금왕 타이틀 획득이 유력하다. 류현우가 역전하려면 반드시 우승을 하고 강성훈이 3위 이하의 성적을 내야 한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강성훈처럼 미 PGA 2부투어에서 활약하던 김비오(23·넥슨)가 단 3개 대회 출전으로 상금왕을 거머쥐었다는 점이다. 김비오는 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에서 2승을 거두며 4억4400만원을 벌어 7개 대회에서 3억9849만원을 번 김대섭(32·우리투자증권)을 제쳤다.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는 2011년 5개 대회에만 나가고 상금왕에 올랐다.

◆발렌타인 우승자가 원래 상금왕

전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고작 3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왕을 차지한다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엉터리 상금왕’이 탄생하게 된 것은 최소 출전 대회 규정이 없는 탓이다. 현재 KPGA에서는 단 1개 대회에 출전하더라도 상금액수가 많으면 상금왕에 오를 수 있다.

실제 그런 상황이 나올 뻔했다. 지난 4월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5억3000만원이었다. 현 기준으로 따지면 발렌타인챔피언십 우승자인 브렛 럼퍼드(호주)가 사실상 KPGA 상금랭킹 1위라고 할 수 있다. KPGA에 따르면 럼퍼드는 우승한 뒤 KPGA 회원이 되기 위한 입회금 30만원을 내지 않아 상금 순위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만약 그가 30만원을 내고 KPGA 회원이 됐다면 단 1개 대회 출전으로 바로 상금왕에 오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올 시즌 KPGA가 치르는 총 14개 공식 대회 가운데 최고 상금(발렌타인챔피언십)이 32억원, 최소 상금은 3억원이다. 무려 10배 차이가 나는 ‘기형적인 구조’를 안고 있다. 총상금 격차가 큰 이유는 KPGA보다 상금이 많은 유러피언투어, 아시안투어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대회가 많기 때문이다.

총상금이 10억원인 4개 메이저대회(매경오픈, SK텔레콤오픈, 신한동해오픈, 한국오픈)는 아시안투어 등과 공동으로 개최한다. 메이저대회 우승 상금은 2억원(한국오픈은 3억원)인 반면 총상금이 3억원인 대회는 우승 상금이 6000만원에 불과하다. 올 시즌 열린 우승 상금 6000만원짜리 4개 대회를 모두 우승한다고 해도 한국오픈의 1승만도 못하다.

◆내년부터 3분의 1 이상 출전해야

정의철 KPGA 마케팅팀장은 “남자 대회는 유러피언투어, 아시안투어와 공동 개최하는 대회가 많다보니 몇 개 대회만으로 상금왕이 나올 수 있다”며 “협회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내년부터 아시안투어처럼 정규 대회의 3분의 1 이상을 소화해야 상금랭킹에 들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의 경우 현재 정규 대회 수의 30% 이상을 뛰어야 상금랭킹 공식 순위에 이름이 오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