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현실세계에 로그인
지난 23일 오후 내내 네이버 실시간 상위 검색어에는 ‘좀비런’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렸다. 좀비를 피해 달리는 이색 마라톤 대회인 좀비런 4차 티켓이 이날 판매 시작 5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면서 인기 검색어가 된 것이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가 스포츠 문화 프로덕션 커무브와 공동 기획해 다음달 2일 서울랜드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기존의 달리기 대회에 ‘좀비와의 추격전’이라는 새로운 게임 요소를 더한 대회다. 참가자인 ‘러너’는 허리에 세 장의 생명끈을 부착한 벨트를 감고 게임을 시작한다. 생명끈을 노리는 좀비에게 잡히지 않고 살아남아 종착지에 도착하는 것이 규칙이다. 이 행사는 누리꾼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1~4차 표가 모두 당일 매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티켓 양도를 원하는 글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1차 예매 때 2만5000원에 판매되던 표가 7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게임 밖으로 나오는 게임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등촌동 서울신기술창업센터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대회인 ‘인디게임 위크엔드’에도 게임화 이벤트가 도입됐다. 이 행사는 48시간 동안 원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는 대회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만드는 짬짬이 주사위를 굴리거나 정해진 행동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고 음식 등의 보상을 받았다.

이 행사의 게임화 기획을 담당한 한상수 씨는 “참가자들은 직접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이 대회에 오지만 스스로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되는 체험을 함으로써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며 “국제 게임 개발 행사인 ‘글로벌 게임잼’에서도 게임화 기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이 화면 밖으로 나오고 있다. 게임 이외의 분야에 게임 요소를 접목하는 ‘게임화’ 기법이 온라인 마케팅 수단을 넘어 오프라인 이벤트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병선 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스쿨 교수는 “목표를 장려하기 위해 보상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게임화 기법은 전부터 있었지만 인식을 하지 못했다”며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일상에 게임을 접목하는 것이 한결 친숙해져 게임과 더 비슷한 행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카콜라 맥도날드도 이용

효율적인 온라인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게임화 기법은 점차 교육이나 오프라인 마케팅, 사내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M2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적으로 게임화 관련 지출은 2억4200만달러(약 2567억원)에 달했다. 이 비용은 2016년에는 28억달러(약 2조9702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BMW 등 다양한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게임화를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라인 교육 솔루션을 만드는 벤처기업 ‘로코모티브 랩’을 창업한 이수인 대표는 “게임은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며 “아직 교육이나 마케팅, 이벤트 분야에 알려지지 않은 게임의 다양한 요소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 연구소장은 “미국의 위치기반서비스(LBS) 업체인 ‘포스퀘어’ 등의 사례를 보면 게임화를 온라인 서비스에 도입했을 때 소비자 입소문이 빠르게 나는 것이 맞다”면서도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명확하게 제공되지 않는 한 흥미를 유발하는 수단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정교한 게임화 기법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