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나라'로 보여주는 욕심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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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새'

국립극단이 기획한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로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새’(윤조병 극본, 윤시중 연출)는 단출하고 현대적인 무대·언어 미학으로 고전 희극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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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원작의 뼈대와 구성은 그대로 살리되 내용은 과감히 줄이면서 조금씩 윤색해 인물과 결말을 살짝 비틀었다. 인물들의 대사는 간결하고 쉽다. 어렵거나 추상적 표현은 전혀 없이 일상에서 살아 숨 쉬는 언어들을 툭툭 리듬에 맞춰 던진다. 원작이나 전작들처럼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묘사하지 않는다. 극이 주로 ‘새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만큼 날개 단 인간들이 ‘새대가리’라고 놀리는 새의 수준에 맞춘 것 같다. 그래서 더 웃기고 재미있고, 뭔가 상상하게 만든다.
빚을 지고 현실세계에서 도망친 ‘교활 덩어리’ 피스가 자리와 상황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작에선 남성인 피스가 여성으로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을 찾던 피스는 인간과 신들의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국’을 구상하고 건설하는 지도자가 되고, 다시 왕에 오르면서 탐욕과 권력욕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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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특성을 분장과 의상, 몸짓으로 보여주는 배우들이 나무판 무대를 타거나 넘거나 뚫거나 휘돌며 극을 만든다. 플루트와 타악기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음악이 무대에 입혀져 공감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흥겹고 즐거운 놀이와 환상의 연극성이 충만한 무대다. 공연은 내달 3일까지. 1만~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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