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 역에서 내려 걸어나오면 바로 브리엔츠 호수의 끝자락을 볼 수 있는데, 거기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거대한 호수 전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인터라켄 역에서 내려 걸어나오면 바로 브리엔츠 호수의 끝자락을 볼 수 있는데, 거기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거대한 호수 전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동차 여행의 좋은 점은 번잡한 대도시를 벗어나 작지만 멋진 도시에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야들야들한 유럽의 속살을 맛보려면 자동차와 텐트만 마련하면 된다. 차를 타고 가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풍경을 발견한다면 바로 차를 멈춰 텐트를 펴고 며칠이고 머무를 수도 있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트렁크에 짐을 싣고 훌쩍 떠나면 된다. 기차에 의존하는 일반 유럽행과 달리 자동차여행은 그만큼 자유롭다.

멋진 자연경관 속에서 유럽을 느끼다

유럽으로 떠나는 자동차 캠핑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자동차로 여행하면 굳이 비싼 호텔에서 묵을 이유가 없다. 물론 유럽에 발을 들여놓은 첫날 정도는 호텔에서 지내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필요 이상으로 럭셔리하며 비용 대비 만족도도 떨어진다. 바쁜 한국인들에게는 여유롭게 호텔에 머무르며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호텔은 잠시 잠을 자는 공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호텔에 그리 많은 돈을 써가며 머물러야 하는가. 해결책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캠핑’이다. 텐트 하나와 전기요만 챙기면 별 다섯 개짜리 호텔만큼이나 멋진 자연경관 속에서 캠핑 여행만의 낭만과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자동차 여행을 하려면 우선 캠핑카를 빌리는 방법과 일반 차량을 빌려 텐트에서 자는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캠핑카는 럭셔리하고 안락한 반면 작은 도로에서 운전하기 힘든 경우도 있으니 유의하자. 만약 2~3인 정도라면 캠핑카를 빌리지 않고 텐트 캠핑을 즐겨도 좋다. 유럽에서는 한국과 달리 차량 렌트라는 개념 외에 리스(lease) 방식도 있으니 이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기간이 3주 미만일 때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이득이고, 3주 이상 여행할 경우에 리스가 편리하며 비용도 더 싸다. 텐트나 침낭의 경우 한국에서 싸면서도 펴고 접기 편한 것으로 준비해 가도록 하자.

어차피 하루 종일 여행하고 밤에 잠만 잘 것이라 텐트를 이용해도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 유럽은 특히 오밀조밀하며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지는 곳이 많다. 대도시 호텔을 돌며 다니다 보면 곧 대도시에 질리게 된다. 어디나 비슷한 성곽과 유적들이 있어서다. 그러나 캠핑을 하게 되면 장대한 유럽의 자연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스위스 라우터부르넨의 캠핑 융프라우는 폭포수가 압권이다.
스위스 라우터부르넨의 캠핑 융프라우는 폭포수가 압권이다.
스위스 라우터부르넨의 캠핑장 ‘캠핑 융프라우’

라우터부르넨에 있는 캠핑장 융프라우는 세계 캠핑장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캠핑 명소다. 100동 이상의 텐트를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5성 호텔급 캠핑장이다. 캠핑장이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캠핑장이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는 생각은 처음부터 여지없이 부서졌다. 압권은 캠핑장에서 높이 50m 이상의 폭포를 볼 수 있다는 것. 캠핑장에 도착하자 압도적인 이 폭포의 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2인 기준 40스위스프랑(약 4만원)이지만 시설은 정말 호텔급이다. 텐트를 대충 치고 시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한 복합동 건물이다. 샤워실과 화장실, 세탁실 등이 한꺼번에 마련돼 있다.

가장 놀라운 건 욕실. 2층에는 마치 아파트처럼 양쪽에 방문이 줄지어 있는데 호기심에 문을 열어봤다. ‘헉! 이건 개인 욕실이구나’ 싶어서 얼른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가만히 다른 방문을 열어보았다. 똑같은 샤워시설과 화장실, 욕조가 딸린 방이 20개 이상 있는 게 아닌가. 호텔 화장실을 방불케 할 만큼 깨끗하고 럭셔리했다. 전부 캠퍼들을 위한 시설이다. 공용 샤워시설의 불편한 점을 개선한, 가족 중심의 샤워시설이었던 것이다.

또한 최상급 슈퍼가 캠핑장 안에 있고 바도 운영되고 있다. 마음껏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각 사이트 옆에는 전기 배전판이 있으며 공용 식당도 있다. 식당에는 각종 식기류와 전열기, 식기세척기도 있다. 완벽하게 식재료를 갖추고 있는 슈퍼마켓도 있다. 빨래 건조실에선 빨래를 한 뒤 널어놓으면 1~2시간 만에 금세 마른다.

간단한 자동차 정비도 가능하다. 우리가 빌린 차량의 공기압이 떨어진 듯해서 공기압을 맞춘 뒤 융프라우 관광에 나섰다. 라우터부르넨은 융프라우요흐나 쉴트 호른 등의 산악열차를 타는 데에도 여러 모로 편리한 곳이다. 캠핑장 전역에서 무선 인터넷이 되는 점도 놀랍다. 다만 에티켓 타임이 엄격히 적용되므로 오후 10시에는 반드시 소등해야 한다.

와인가도에서 만난 고도 카이제르스베르크

유럽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대부분 철도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가도를 다녀본 사람들은 많지 않다. 프랑스 와인가도는 알사스 지방에 있다. 알사스와 로렌 지역은 오랜 시간 프랑스와 독일이 교차해서 지배했던 곳이다. 많은 지역이 아직까지 독일식 발음을 가지고 있다. 카이제르스베르크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 있지만 지명은 독일식이다. 알사스 지역을 달리다 보면 어느덧 주위가 온통 포도밭이다. 포도밭이 수없이 눈에 띄면 와인가도에 와 있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포도밭 중간에 마을과 성이 떡하니 서 있다.

카이제르스베르크는 드넓은 포도밭 중간에서 만난 첫 번째 도시다. 중세 성벽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마치 우리나라 시골에 가면 담배 말리는 창고들이 널려 있는 것처럼 성들이 들어서 있다. 길을 가다보면 전통 복장의 아저씨가 깃발을 접어갖고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한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장면이다. 거리에는 멋진 야외 식탁이 즐비하다. 또 이 지역 특산인 리슬링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와이너리들이 가득하다.

창문 하나에도 전통과 멋이 있다. 알고보니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가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던 곳이었다. 슈바이처박물관도 있고 어릴적 슈바이처 박사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비록 주변에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는 없지만 고색창연한 아름다운 옛 도시가 있어 낡은 옛 도시의 정취를 느껴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중세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수백년의 세월을 견뎌 온 건물들이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랑스 옛 거리를 연작으로 찍어온 사진가 으젠느 앗제의 작품 속 풍경들 같다. 남들과 차별화된 맛과 풍경을 느끼려는 사람들은 자동차로 와인가도를 달려볼 것을 권한다.

여행 팁

유럽 자동차 캠핑 여행을 하고 싶다면 주로 프랑스 파리로 들어가서 파리에서 출국하는 루트를 많이 선택한다. 이는 르노나 푸조 등을 리스할 경우 파리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거나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너무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150㎞ 이상은 운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하루종일 자동차를 운전하다 저녁에 다른 캠핑장에 도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BMW나 벤츠 등 좋은 자동차를 렌트할 경우 동유럽과 이탈리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잦은 사고와 도난 등의 이유 때문인데 고급승용차를 빌린다면 여행경로를 짜는 데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이탈리아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남부를 쉽게 통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여행에서는 특별한 노하우를 가진 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년간 해외캠핑을 주도한 캠핑협동조합(070-7005-5258)이 차량 렌트부터 캠핑장비 렌트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

허준규 캠핑전문가 campingi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