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CP '불완전판매' 조사에만 수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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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신고자 이름 검색 안돼…5만개 녹음파일 일일이 들어야
IT강국서 후진적 시스템…빨라야 내년 6월께 배상
IT강국서 후진적 시스템…빨라야 내년 6월께 배상

◆불완전 판매 조사 더딘 이유는
동양 CP와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민원 및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만6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불완전 판매 조사 결과가 빨리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름만 검색어로 쳐넣으면 음성파일이 검색될 것 아니냐”며 “그걸 들어보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 절차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동양증권이 본사의 전산 서버에 전 지점의 음성파일이 고객별로 분류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검사 절차는 이렇다. 우선 금감원 검사반이 민원을 제기한 투자자들을 수백명씩 동양증권 본사에 통보하면 본사가 민원인을 거래 지점별로 분류한 뒤 지점에 내려보내 음성 녹음파일 및 투자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하도록 한다. 검사반은 현재 USB(이동식저장장치)에 담겨 온 음성파일 등을 청취,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녹음파일 수가 고객 1명당 적게는 두세 개에서 많게는 10개를 넘기도 한다”며 “음성파일을 청취하고, 불완전 판매가 의심되면 타이핑 작업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청취해야 할 녹음파일은 5만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파일 관리 체계화해야
문제는 음성파일 청취의 경우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길고 긴 검사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검사역들은 동양증권 직원이 투자자와 대화하면서 △적합성의 원칙(원금보장 여부에 대한 투자자의 의향 확인 등) △중요사항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 가려내야 한다.
만약 불완전 판매 소지가 발견되면 녹음파일 가운데 해당 부분을 따로 녹취하고, 담당 직원을 불러 문답 과정을 거친 뒤 확인서를 받게 된다. 검사반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검사절차를 거쳐야 해 투자자 1명에 대한 불완전 판매 여부를 확정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 조사가 후진적으로 진행되면서 금융사의 고객 상담 관련 음성파일 관리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녹음파일이 고객 이름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돼 한 곳에 저장되도록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과 함께 제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