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내 남자의 향기는 뇌가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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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센스 / 페이스 히크먼 브라이니 지음 / 김지선 옮김 / 뿌리와 이파리 / 432쪽 / 2만4000원
![[책마을] 내 남자의 향기는 뇌가 구분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AA.7969320.1.jpg)
결과는 극적이었다. 모든 여성이 평균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냄새는 존재하지 않았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냄새는 여성들이 지닌 DNA의 한 부분인 인간백혈구항원(HLA) 유형과 관련이 있었다. 자신의 HLA와 너무 비슷하거나 너무 다른 유형은 거부했다. 이 탐지 능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여자들은 자기 것과 HLA 유전자가 단 하나만 다른 남자들의 체취도 구분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일은 모두 뇌가 해낸다.
《브레인 센스》는 뇌와 감각기관의 관계를 다룬 뇌과학 책이다. 인간의 감각은 어떤 과학적 원리로 작동하는가, 감각 기관과 뇌는 어떻게 정보를 인식하고 소통하는가를 소개한다. 단순한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각 분야 권위자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곁들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27세 청년 시인 스티븐은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몇 해 전 인공 달팽이관 이식을 받아 보청기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이식 수술이 성공한 것은 그가 어릴 때부터 보청기를 달고 산 덕분에 뇌가 나중에 접한 음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뇌의 음향처리 중추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50대에 암으로 유방절제술을 받았던 80대의 미라는 지금도 누르는 듯 얼얼한 감각을 느낀다. 헛통증, 즉 환상통이다. 뇌에서 특정한 신체 영역을 담당하던 영역이 신체 부위를 잃은 후 인근 다른 영역과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손을 절단한 환자는 얼굴을 건드리면 손을 건드린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저자는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하고 고정불변의 현실은 없다고 강조한다. 뇌는 오래된 회로가 손상되면 그 임무를 넘겨받은 새로운 회로를 짠다. 이 때문에 똑같은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보고 듣고 맛보는 것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이 책은 뇌와 관련된 다양한 의문을 풀어준다. 냄새가 말과 그림보다 옛날 기억을 잘 불러오는 이유, 신생아의 눈을 절대로 가려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 등을 소상하게 들려준다. 오른손잡이인데도 왼손이 더 잘하는 분야, 게이 남성이 남성 페로몬에 대해 이성애자 여성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알려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