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화법으로 풀어낸 동남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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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우타릿 국내 첫 개인전
11월 3일까지 갤러리현대서
11월 3일까지 갤러리현대서

태국 정상급 화가 나티 우타릿(43)이 바라보는 동남아시아의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서구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그들의 내면에는 서구문화, 서양인에 대한 두려움이 마치 트라우마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서다.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우타릿의 개인전 ‘우스꽝스러운 낙천주의’는 이런 착잡한 현실을 화폭에 담은 그림 18점을 보여주는 자리다. 실존주의자이자 염세주의자를 자처하는 작가는 오늘날의 이런 메시지를 400여년 전 유럽에서 유행했던 바로크 회화라는 ‘헌 부대’에 담았다.
네덜란드 바로크 정물화 명작을 차용한 ‘식료품이 있는 정물’은 그 대표적인 예. 테이블에 차려진 호사스러운 음식을 통해 현세의 덧없음을 경계했던 바니타스(라틴어로 ‘헛되도다’) 정물화는 작가에 의해 서구의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와인과 과자 포장육 등이 차려진 ‘식민지형’ 밥상으로 대체됐다. 명품 가방을 멘 난쟁이를 묘사한 ‘우리는 아시아’도 그런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우타릿은 방콕에 이탈리아인이 설립한 미술학교에서 서양미술을 공부했다. 그가 고전적인 서양미술 테크닉을 구사하고 정물화를 즐겨 그리는 것도 서구식 미술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동남아의 현실 때문이다. (02)2287-350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