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립 실버악단원들이 지난 11일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홍선표 기자
노원구립 실버악단원들이 지난 11일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홍선표 기자
“빰 빰 빠바바~빰바바 빠밤!”

지난 11일 오후 3시 정각, 서울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조명이 꺼지자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턱시도를 차려입은 노신사들의 연주였다. 이어 ‘홍도야 울지마라’ 가락이 흘러나오자 500석을 메운 관객들은 일제히 야광봉을 흔들며 흥에 빠져들었다. 객석의 관객도, 연주한 단원도 모두 백발이 성성했다.

“매번 트로트만 연주할 수는 없지.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을 연주했는데 잘했나 몰라….” 공연이 끝난 뒤 만난 오만곤 노원구립 실버악단장(78)은 이렇게 말하고는 활짝 웃었다.

2009년 출범한 노원구립 실버악단 단원 14명의 평균 연령은 70세다. 10대 때부터 악기를 다룬 이들은 군악대를 거쳐 방송국 관현악단, 지방자치단체 오케스트라, 주한 미8군 쇼 무대 등에 올랐던 베테랑이다.

실버악단은 2000년대 중반 노원구에 사는 음악인 한두 명씩을 모으면서 출발했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조재호 씨(72)는 “1995년 쉐라톤워커힐호텔 악단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해온 음악을 그만둘 수 없었다”며 “실버악단을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단원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은퇴한 음악인들이 모인 대한경우회 무궁화악단 등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를 비롯 공개 경쟁을 통해 선발한 연주자들로 악단을 구성해 2009년 4월 첫 무대에 올랐다. 박영래 노원구 공보팀장은 “단원들에게 매월 지원금 30만원과 운영비 50만원, 편곡비 10만원 등의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악단 단원들은 한때 음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오 단장은 평생을 기타와 함께한 음악인으로 그가 쓴 ‘팝스기타’ 시리즈는 1980년대 기타를 처음 배우는 젊은이들의 필독서였다.

실버악단 단원들은 매주 목요일 연주를 한다. 방송국 관현악단에 소속돼 바쁜 단원도 연습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단원들은 한 번 빠질 때마다 5만원을 벌금으로 내지만 그렇게 모인 돈은 1년 동안 총 20만원 정도다. 이들은 매년 2회 정기공연 등 지금까지 총 107회의 공연을 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