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는 디스플레이株, 주가는 수직 상승
‘휘어지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주식시장의 새로운 기술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화면이 한옥 기와 모양으로 휘어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시중에 내놓으면서 디스플레이 신기술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이달 초부터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관련주들의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부품주들도 벌써 ‘꿈틀’

갤럭시 라운드는 시장 반응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 만든 ‘테스트 제품’이다. 유리가 패널을 감싸고 있어 손가락으로 화면을 구부릴 수도, 종이처럼 둘둘 말 수도 없다. 진정한 의미의 ‘휘는 휴대폰’이라기보다는 신기술 구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특이 디자인폰’인 셈이다. 패널을 만든 삼성디스플레이도 “휘는 패널에서 화면을 구현하는 기술은 갖췄지만, 기판이나 부품들까지 팔랑거리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제품임에도 관련 부품 및 장비주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플렉시블 OLED 테마주로 분류되는 테스, 디에스케이, CS엘쏠라 등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주가가 22~37%가량 올랐다. 덕산하이메탈, AP시스템, 아이컴포넌트 등도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양산 계획 발표,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등 일정과 맞물려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곡면에서 영상을 구현하기 힘든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이 같은 제약이 덜한 OLED로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이 이동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김양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인해 OLED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재 없는 IT업종에 ‘단비’
증권 전문가들은 휘는 디스플레이란 이슈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IT업종 대형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 오랜만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엇비슷한 제품들이 경쟁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형의 변화는 결코 작은 이슈가 아니다”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잘 활용한 제품을 내놓는 업체는 혁신성, 차별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주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성 노무라증권 리서치헤드는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150만원대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이렇다 할 차세대 제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래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관련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휘는 디스플레이가 ‘게임 체인저(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제품)’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약한 내구성 등의 문제로 사용 단계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제품의 대중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