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유라시아 지역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자는 제안을 담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등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수출입은행,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개회식 기조연설을 통해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가는 몇 가지 방향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내달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구상을 소개할 예정이다.

에너지 인프라·무역협정도 연계

정부 관계자는 “유라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고 이를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긴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에너지 개발 협력 확대와 무역장벽 해소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역내 전력망과 가스관, 송유관을 비롯한 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해야 한다”며 “중국의 셰일가스와 동시베리아의 석유 및 가스를 공동 개발하는 윈-윈의 유라시아 에너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장벽 못지않게 무역과 투자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극복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현재 논의 중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자유화 논의를 가속화하고 이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무역협정과 연계한다면 거대한 단일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물류와 통상, 에너지 인프라의 토대 위에 한국과 유라시아 국가들이 비교우위를 결합해 나간다면 공동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구체화된다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중앙아시아 지역의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유라시아라는 거대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 대통령의 외교·통일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의미도 있다. 유라시아 국가 간 갈등을 줄이고 북한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경제적으로 보완해줄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11년 전인 2002년부터 유라시아를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5일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