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할리우드 흥행 애니메이션 ‘슈렉’과 ‘쿵푸팬더’ 시리즈를 제작한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계의 거장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CEO). 그가 18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소 당혹스러운 질문에 박 대통령은 머뭇거림 없이 곧바로 답했다. “살아가면서 관심과 시간, 열정을 쏟아부어 몰두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 아닐까요.” 그러자 카젠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대답인데, 저는 웃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어떻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박 대통령은 ‘CJ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포럼’ 참석차 방한한 카젠버그에게 창조경제 등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이날 청와대로 초청, 1시간가량 대화를 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데 드림웍스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구상을 설명한 뒤 “예를 들면 호동왕자도 아주 특이한 스토리인데 이런 한국적 소재도 발굴해 드림웍스의 기획력과 힘을 합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카젠버그는 이날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과 ‘창조’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창조 아이콘인 두 사람은 창조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청중에게 들려줬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은 범인이 잡히지 않는 영화였고 ‘괴물’에서는 백주대낮에 괴물이 뛰어다닌다는 설정을 말하니까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며 “그래서 오기가 더 생겨 잘 만들어 보여주자는 앙심(?)이 있었는데 이것이 흥행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카젠버그는 “나는 그런 도전정신을 좋아한다. (봉 감독은) 진정 재능 있는 감독”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디즈니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른 속에 있는 아이들을 끄집어낸 반면 드림웍스는 어른들을 위해 만들고 아이들 속에 있는 어른스러움을 일깨우기로 했다”며 “언제나 웃음을 주는 내용을 만들었고 슈렉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카젠버그는 대담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영화 브랜드에서 가족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방송물과 머천다이징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애니메이션 ‘터보’ 속편을 한국에서 제작하기로 했다. 다른 작품들도 합작을 모색하는 등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카젠버그는 이날 동행한 한국계 제니퍼 여 넬슨(한국명 여인영) 감독을 가리키며 “세계 영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여성감독 영화도 한국인 감독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여 감독은 2011년 ‘쿵푸팬더2’의 감독으로 발탁돼 주목받았다.

유재혁/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