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버스 S&P대표 "2008년 금융위기보다 타격 클 것"

미국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국가디폴트(채무불이행)의 충격에 대한 경고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채한도를 초과하더라도 당장 디폴트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으나 경제계를 중심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국적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출연, "(디폴트가) 현실화한다면 이는 완전히 바보같은 짓"이라면서 "빌린 돈을 이미 쓰고 나서 채무 한도를 높이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디폴트를 정치적 대량살상무기(WMD)라고 표현하면서 "민주·공화 양당은 독가스나 핵폭탄을 다루듯이 이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면서 "이는 너무나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또 "명성을 쌓는데 20년이 걸리지만 이를 무너뜨리는데는 20분이면 충분하다는 교훈을 미국 정치권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237년간 달러화와 재정상황에 대한 명성을 쌓아왔는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용은 처녀성과 같은 것이어서 지킬 수는 있지만 (잃었을 때) 쉽게 복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일각에서 재무부가 디폴트 시점으로 제시한 17일을 넘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 데 대해서도 "독가스를 쓰면서 며칠간은 사람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버핏 회장은 이달초에도 "연방정부 부채상한은 무기처럼 금지돼야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이는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핵폭탄과 같다"고 지적했었다.

한편 세계적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존 챔버스 대표는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국가디폴트 상황을 맞으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챔버스 대표는 "내 판단으로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더 나쁠 것"이라면서 "이는 전혀 불필요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으나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렇지 않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국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