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계 이슬람교도 미국인이 시리아에 잠입해 반정부군 전사로 참전했다가 수사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15일 (현지시간)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 등 캘리포니아주 언론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레바논을 거쳐 시리아에 잠입해 반정부군 전사로 활동한 신 빈 응오 응웬(24)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FBI는 응웬이 미국 정부가 테러 단체로 지정한 알카에다의 테러 활동을 지원하고 국제 테러 조직을 도우려고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응웬은 멕시코로 가는 버스를 탔다가 FBI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오렌지카운티의 베트남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베트남계 주민 집단 거주지에서 자란 응웬은 가톨릭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개종한 뒤 하산 아부 오마르 가눔이라는 아랍식 이름도 지었다.

고교 졸업 후 경비원으로 일한 그는 무장 경비원 자격증과 총기 소지 허가증을 갖고 있다.

응웬의 행적이 꼬리가 잡힌 것은 페이스북에 시리아에 다녀온 일을 글로 남겼기 때문이다.

가눔 명의로 된 페이스북에서 그는 지난해 레바논을 거쳐 시리아에 잠입해 반정부군 전사로 참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중부 지방에서 저격수를 피해 다니며 '알아사드와 그 졸개들'과 싸웠다는 그는 지난 4월에 올린 글에는 "2주 전 처음으로 적을 죽였다.

더 많은 적을 죽이고 싶다"고 적었다.

지난 8월 "석달 동안 머물던 형제의 나라를 떠나면서 고통받는 많은 형제·자매를 두고 온다는 게 한탄스러웠다.

곧 돌아가겠다"는 글도 올렸다.

수사 당국은 응웬이 시리아에 밀입국한 사실만 밝혔을 뿐 시리아에서 실제로 응웬이 한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응웬이 테러 조직에 가담할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T'라고만 이름을 댄 형 응웬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동생은 세계 각종 종교에 관심이 많은 착한 청년"이라며 '성경과 코란을 공부했고 개방된 종교관을 지녔다"고 말했다.

여동생 민 응곡 응웬은 "오빠는 그저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거기 갔던 것"이라며 "늘 어려운 처지에 빠진 '형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에 밝혔다.

응웬은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