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14일 자금 동향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조기 자산 매각을 유도하는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 달라고 은행들에 요구했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기업에는 자금을 지원하되, 부실이 쌓인 곳은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제대로 하는지 철저하게 감시해 달라는 취지다.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날 오후 1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회의를 소집해 “동양그룹 사태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같은 시장성 채무가 급격하게 늘면서 주채무계열에서 벗어난 데다 적기에 자구 노력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주채권은행들은 거래 대기업의 자금 사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부원장은 이어 “동양 사태 이후 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필요하면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금융당국과 신속하게 협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채무계열에 포함된 그룹에 대한 주채권은행들의 역할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 부원장은 다만 은행권이 무작정 대출을 회수하는 것과 같은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은행들이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과 지원을 잘 병행해야 한다”며 “살릴 기업은 지원해 살리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신속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