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스크와 中 모멘텀 사이…박스권 지속? 강세장 시작?
‘쿠오드 인테르 에스트(quod inter est·사이에 있는 것)’. 증시가 글로벌 정치 리스크 우려와 경기회복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모습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 2020선으로 뛰어오른 증시는 이번주 첫 거래일부터 치열하게 눈치를 보며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같은 정치 리스크가 주 초반 장세에 영향을 미치고, 18일 발표되는 중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강세장 시작’이냐, ‘박스권 지속’이냐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美 정치리스크 vs 中 경기모멘텀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23% 하락한 2020.27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 증시를 낙관적으로 본 외국인은 이날도 196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연속 순매수 기록을 32일로 늘렸다. 반면 요즘 장세를 박스권 상단이라고 본 개인들의 매도세로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27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날도 펀드환매 수요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243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연일 팽팽한 대결을 이어가면서 시장 흐름은 미국 정치 리스크 해결 정도와 중국 경기지표 해석에 따라 엇갈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정치 리스크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해결되면 글로벌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 구조상 중국 경기가 바닥을 다졌다는 신호는 본격적인 상승장을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미국 정치 불확실성과 주요국 경제지표를 확인하려는 관망심리 탓에 코스피지수 상승탄력은 크지 않을 듯하다”며 “강세장 진입을 위해선 대외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중국 등의 경기 모멘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세장 시작 vs 추가동력 상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치에 쏠렸던 증시의 눈길이 경기 모멘텀으로 이동하는 만큼, 모멘텀 플레이로 향후 강세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각과 추가상승 동력이 부족한 만큼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치 리스크에 대한 관심은 단기적인 이슈고 결국 글로벌 경기 회복 쪽으로 증시의 관심이 옮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도 “관심이 미국 정치에서 중국 경기로 이동할 것”이라며 중국 경기 모멘텀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철강, 화학, 조선 등을 중심으로 모멘텀 플레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반면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나 미국 정치 타협 가능성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추가상승을 위한 동력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연말에 중국 공산당대회나 미국 출구전략 시행 같은 굵직한 변수가 여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립론도 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이나 부채한도 증액은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한 미 정치권이 어떤 형태로든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며 “중국 GDP 증가율의 경우엔 시장 예상치인 7.8%에 부합하면 호재, 그에 못 미치면 어느 정도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