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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美·中 등거리 외교라는 말이 왜 자꾸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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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정세 변화 속에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중국 간 등거리 외교를 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연이어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보인 행보가 그런 인상을 풍기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미·일 3각 동맹의 한 축인 일본과는 거리를 두면서, 중국과는 접점을 한껏 늘린 게 사실이다.

    우리가 당면한 외교환경은 미·중, 중·일 간 갈등부터 한·미, 한·중, 한·일 및 남북 관계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동북아에서 영토·역사 분쟁이 빚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승인하면서 태평양 일각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국제사회에서 소위 G2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등거리 외교론을 밀어올린 배경이다.

    하지만 근린우호와 양다리 외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국과의 외교에서 대안이거나 대척점, 혹은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자산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미국이 한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일 때라야 한국의 확고한 입장이나 지위, 혹은 당사자 자격도 분명해진다. 일본의 독자적 군사행동을 의식해야만 하는 중국으로서도 한·미 동맹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한·미 동맹이 약화된다면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전혀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 분명히 전제돼야 한다.

    외교의 근본은 당연히 국익이요 실리다. 그러나 양다리 외교가 그 해답이 될 순 없다. 한국이 종국에는 친중적 노선을 걷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일본의 뒷골목에서나 퍼지는 간사한 책략에 불과하다. 어설픈 줄타기는 자칫 미·중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은 해양으로 나갈 때 길이 열렸고, 미국은 주변 4강 중 유일하게 영토를 맞대지 않은 나라다. 더구나 중국은 아직 법치주의,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 수준에서 개도국에 불과하다. 변칙이나 응용이 원칙과 기본을 우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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