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요트마리나 딜레마'에 빠진 서울시
“세빛둥둥섬 사업을 추진하느라 공무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지만, 결국 징계를 받았습니다. 요트마리나 사업도 도와줬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또 공무원들이 책임져야 할 텐데….”

재정난을 겪고 있는 서울 요트마리나 민간사업자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서울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여의도에 있는 요트마리나는 270억원의 민간 자본을 들여 2011년 5월 문을 열었다. 시행사인 (주)서울마리나가 20년 동안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한강 르네상스’ 정책의 일환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서울마리나는 2011년 27억원, 지난해엔 26억원 등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초 기준으로 자산 204억원에 총부채 30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서울마리나는 SC제일은행으로부터 2011년 1월 205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지난 7월까지 갚았어야 할 2차 상환분 35억원을 못 갚고 있다. 업계에선 서울마리나 부도설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마리나 측은 대출 잔여분 175억원에 대해 서울시가 지급보증을 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답변을 피하고 있다. 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요트마리나 정상화를 위해 시가 지급보증을 했다가 부도가 날 경우 서울시 책임으로 돌아온다”며 “그 책임에 대해선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뿐 아니라 구상권 청구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 고위 관계자도 “공무원들에게 재산상 피해까지 온다면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공무원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최근 시 안팎에선 서울마리나가 부도처리되도록 방치한 뒤 다른 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뒷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의 반응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요트마리나 사업은 서울시가 ‘한강 곳곳에 마리나를 조성하겠다’며 직접 유치한 사업이다.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요트회원권 판매도 금지시켰다. 그렇다면 민간사업자 부도 처리를 검토하기에 앞서 사업 정상화를 위한 고민을 먼저 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