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당국의 '메타 데이터' 수집 권한 재승인

미국의 해외 정보사찰 관련 사안을 담당하는 비밀법원인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 미국 첩보 당국에 대해 민간인의 통화기록을 계속 수집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첩보기관들의 최고 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은 FISC가 정부의 전화 메타 데이터 수집권한을 재승인했다고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전화 메타 데이터는 민간인들이 어떤 전화번호로 얼마나 통화를 했는지에 관한 정보로 실제 대화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메타 데이터 수집이 '엿듣기'가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특정 번호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를 분석해도 생활 방식을 파악할 수 있어 고도의 사생활 감시라는 반발도 거세다.

앞서 FISC는 올해 8월 29일 의견서에서 메타 데이터 대량 수집이 미국 헌법이 금지하는 '영장 없는 수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한 바 있다.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첩보기관이 통신업체를 통해 민간인 전화기록을 대거 수집한다는 사실은 올해 6월 방산업체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기밀 폭로로 드러나 큰 정치적 논란을 낳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첩보 감시활동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개혁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약속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 첩보 당국이 전화·인터넷 감시가 테러리즘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를 고수하는데다 감청활동에 대해서도 수시로 말을 바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클래퍼 국장은 한때 의회 증언에서 '전화 메타 데이터 자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