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22선 의원도 불법시위하면 체포되는데…'도심 4차로 점거시위' 무죄라는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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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법' 부추기는 법원
"교통량 많지 않았으니…" 재판부, 1심 판결 뒤집어
"질서위반 엄격 처벌해야"
"교통량 많지 않았으니…" 재판부, 1심 판결 뒤집어
"질서위반 엄격 처벌해야"
서울 도심에서 편도 4차선 도로를 모두 점거한 집회 참가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혼잡한 시간대가 아니어서 교통 방해의 정도가 미미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법원이 기초질서 위반에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관근·사진)는 서울역 인근에서 집회를 하다가 신고된 지역을 벗어난 김정우 전 쌍용자동차노조 위원장(52)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2011년 서울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당초 서울역에서 남영삼거리까지 이어지는 편도 4차선 도로 가운데 2차로 3㎞ 구간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 등은 약 40분간 전 차로를 점거했고 집회 장소로 신고한 곳을 지나쳐 행진하기도 했다.
검찰은 형법 185조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김 전 위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조항은 육로 등을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사람에 대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해 육로 교통을 방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전 위원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당초 신고한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단언하기 주저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진을 멈춘 곳이 (집회 장소인) 남영삼거리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이었고 △집회가 일요일 이른 시간에 이뤄져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었으며 △반대방향 4개 차로 통행에는 지장이 없었다는 점 등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위반 정도가 미미하고 피해도 작기 때문에 유죄 요건인 ‘방해’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기초질서 위반에 너무 허술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초질서는 사회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선진국에서는 기초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에 대해선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런 점을 우리나라 법원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찰이 불법 도로집회를 엄격히 단속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지난 8일 워싱턴에서는 ‘폴리스 라인을 넘어 도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22선 의원인 찰스 랭글 의원(83)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8명이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랭글 의원 등이 체포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크게 보도돼 주목받았다.
이번 판결을 내린 박 부장판사는 1995년 지인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던 조모씨가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정도가 미미하다’는 취지로 지난달 무죄 판결한 적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 참배 행위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씨의 무단 방북과 김일성 동상 헌화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관근·사진)는 서울역 인근에서 집회를 하다가 신고된 지역을 벗어난 김정우 전 쌍용자동차노조 위원장(52)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2011년 서울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당초 서울역에서 남영삼거리까지 이어지는 편도 4차선 도로 가운데 2차로 3㎞ 구간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 등은 약 40분간 전 차로를 점거했고 집회 장소로 신고한 곳을 지나쳐 행진하기도 했다.
검찰은 형법 185조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김 전 위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조항은 육로 등을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사람에 대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해 육로 교통을 방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전 위원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당초 신고한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단언하기 주저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진을 멈춘 곳이 (집회 장소인) 남영삼거리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이었고 △집회가 일요일 이른 시간에 이뤄져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었으며 △반대방향 4개 차로 통행에는 지장이 없었다는 점 등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위반 정도가 미미하고 피해도 작기 때문에 유죄 요건인 ‘방해’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기초질서 위반에 너무 허술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초질서는 사회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선진국에서는 기초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에 대해선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런 점을 우리나라 법원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찰이 불법 도로집회를 엄격히 단속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지난 8일 워싱턴에서는 ‘폴리스 라인을 넘어 도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22선 의원인 찰스 랭글 의원(83)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8명이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랭글 의원 등이 체포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크게 보도돼 주목받았다.
이번 판결을 내린 박 부장판사는 1995년 지인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던 조모씨가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정도가 미미하다’는 취지로 지난달 무죄 판결한 적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 참배 행위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씨의 무단 방북과 김일성 동상 헌화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