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본시장 '비상구'가 없다…적자 나도 교육세 꼬박꼬박 내야
지난해 유가증권 매매로 587억원을 번 B증권사는 교육세로 13억2000만원을 냈다. 세율은 0.5%지만 이익에서 손실을 빼서 계산한 587억원이 아니라 유가증권 처분이익 누적 합산액 2659억원이 세금을 결정하는 기준인 과표로 적용됐기 때문에 이만큼을 세금으로 낸 것이다.

증권사와 선물회사들이 교육 재정 확충에 쓰이는 목적세인 교육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날 때뿐만 아니라 손해가 나도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과의 역차별 풀어 달라”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2009년 하반기부터 분기마다 주식,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 수익금액의 0.5%를 교육세로 내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교육세 부담이 한 해 70억~80억원에 달한다. 거래 부진으로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세는 기업 전체 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뀔 만큼 큰 부담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행 교육세 부과 체계는 거래가 빈번한 회사일수록 불리하다. 1000억원의 이익과 999억원의 손실을 내 1억원을 번 C증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100억원의 이익과 99억원의 손실을 본 D증권사와 같은 1억원이지만 교육세는 10배를 물어야 한다. C증권사의 과표가 D증권사의 10배인 1000억원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은행에서 주로 다루는 외환의 경우 처분이익누적액이 아닌 매매손익에만 교육세를 과세한다. 증권업계는 유가증권 거래 때도 매매손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달라는 입장을 정부에 여러 번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파생상품 헤지도 어려워”

현행 교육세 부과 체계는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사들의 ELS 위험 헤지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다른 회사 ELS를 구입하는 이른바 ‘백투백(back-to-back) 방식’과 ELS의 투자 방향과 반대 성격을 띤 채권, 주식, 예금, 옵션 등을 매입하는 ‘자체 헤지 방식’ 중 한 가지를 활용한다. 백투백 방식으로 헤지를 할 때는 ELS 거래를 합산한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도 되지만 자체 헤지 방식을 썼을 때는 주식, 채권 등의 매매 이익을 별도로 누적해 계산한 뒤 세금을 내야 해 세금 규모가 더 커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교육세 탓에 자체 헤지 방식 적용 비율이 2011년 80%에서 60%대로 떨어졌다”며 “백투백 방식만 사용하면 해외 ELS 구입이 늘어 국부가 유출되고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자금도 줄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리스크 활용 기법을 발전시키지 못해 업계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교육세를 분기 단위로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이익을 내다가 마지막 분기에 큰 폭의 손실을 봐 연간으론 손실이 나도 1~3분기 이익에 대한 세금은 고스란히 내야 하기 때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