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9 글로벌 산업대전] 숨가쁘게 달리는 D램…숨고르는 디스플레이
한국 전자부품의 양대 산맥인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엇갈리고 있다. D램은 공급 부진 및 수요 증가로 호황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수요 부진에 공급 증가까지 겹쳐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창간49 글로벌 산업대전] 숨가쁘게 달리는 D램…숨고르는 디스플레이
D램 시황은 추세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올 들어 꾸준히 강세를 보이던 D램 값은 지난달 4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오름폭이 커졌다. 4분기에도 공급량 감소로 거래가격이 10% 이상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생산 업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업체로 과점화되면서 값은 올라도 공급량은 별달리 늘어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D램 시장의 허핀달허시만지수(HHI)는 2721을 기록했다. HHI는 시장 경쟁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1000~1800은 경쟁, 1800~4000은 과점, 4000 이상이면 독점 시장을 뜻한다. 1980년대 후반 D램 시장의 HHI 지수는 1000으로 시작했지만 ‘치킨게임’을 거치며 생산 업체가 줄어들면서 계속 오르고 있다.

여기에 신규 업체의 D램 시장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서다. 현재 10나노급 수준의 D램 공장을 신규로 만들려면 최소 6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공정 고도화에 따른 기술 장벽도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남아 있는 업체들은 신규 공장 건설보다는 미세공정 전환(기술 업그레이드) 쪽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한 지 오래다. 2010년 이후 건설된 D램 공장은 하나도 없다. 장준덕 SK하이닉스 마케팅본부 수석은 “앞으로 신규 D램 공장이 건설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2~3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오갔지만 현재의 호황 사이클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업황 부진이 짙어지고 있다. 세계 TV 시장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이끌어 온 중국마저 지난 6월 절전형 가전 보조금 정책이 종료되면서 TV 수요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중국 국경절과 미국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가장 많은 9~10월 성수기에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하순 기준 257달러였던 40~4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은 8월 하순(251달러)까지 한 달간 6달러 하락했다. 이에 비해 9월 하순(240달러)까지는 한 달 만에 두 배에 가까운 11달러나 떨어졌다. 여기에 내년이면 중국에서 8.5세대(2200×2500㎜) 3개 신규 라인이 추가 가동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르면 내달 쑤저우 8.5세대 공장을 준공하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도 두 번째 8.5세대 라인인 허페이 B5 공장을 내년 1분기부터 시험 가동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도 중국 광저우 공장을 내년 하반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일각에서는 세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디스플레이 업황에 대해)일단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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