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회사채도 '신용 공황' 비명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산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 ‘동양 사태’가 자금 시장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용등급 BBB급은 물론 A급 회사채도 발행이 취소되거나 금리가 폭등(채권값 폭락)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 낮은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퍼지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신용 공황’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인 한 철강회사는 지난달 하순부터 6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이번 주 초 결국 포기했다. 발행 주관 증권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A~A+등급의 건설회사 2~3곳도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지만 차환 발행에 실패하고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우량 내수 기업으로 꼽히는 한화갤러리아(신용등급 A-)는 15일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했다가 유효 수요(공모 희망금리 안에 들어온 수요예측 참여 물량)가 40억원에 불과해 금리를 0.05%포인트 높여 청약받기로 했다. 가온전선(A)도 이날 회사채 300억원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했으나 미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A와 BBB+ 이하 등급 회사채는 올 들어 9월까지 월평균 각각 1378억원, 2303억원 순상환(만기 때 갚은 돈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보다 많은 상태)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00억원, 350억원 순상환됐다. AA-급 이상 회사채가 이달 들어 1조1244억원 순발행(신규 발행이 만기 도래보다 많은 상태)된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비우량 회사채 금리도 폭등하고 있다. 두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일부 건설사는 동양 사태 전 연 7~8%에 머물던 유통수익률이 연 13~16%로 치솟기도 했다. 이현규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상무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엔 비우량 기업도 만기를 짧게 하고 발행금리를 올리면 회사채 발행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들에 대한 투자 수요가 붕괴돼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열/윤아영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