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9일 오후 1시36분


[마켓인사이트] 국민석유, 유상증자 또 불발?
기름값을 L당 200원 낮추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국민석유(대표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가 오는 18일 유상증자 청약을 시작해 성공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석유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11월15일까지 유상증자 청약을 받기로 했다. 주당 5000원(액면가)에 신주 200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국민석유는 금감원의 유상증자 신고서 심사절차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석유가 지난 1일 제출한 유상증자 정정신고서에 투자위험이 적절하게 기재됐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내용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오는 14일 신고서를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석유는 지난 5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두 차례 신고내용 정정요구를 받으면서 증자 일정을 5개월가량 늦췄다. 금감원은 신고서 기재 내용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정정신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6월7일 예정이던 유상증자 청약은 7월과 9월, 10월로 총 세 차례 연기됐다. 당초 6월로 계획했던 이른바 ‘착한가격’ 석유판매도 늦어지고 있다.

청약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우선 이번에도 정정요구를 받는다면 청약 일정을 다시 한 번 연기해야 한다. 이 경우 연내 판매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가 없도록 남은 기간 투자위험이 구체적으로 충분히 기재돼 있는지 검토한 뒤 신고서 발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고서가 처리된다 해도 청약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유상증자는 주당 5000원에 진행하는 반면 국민석유 증권신고서 평가를 맡은 다산회계법인은 주당가치를 -3만9814원으로 책정해서다. 청사진만 제시한 국민석유의 사업성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고서에는 이 밖에 △유상증자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 △공모한 금액 유용 가능성 △사업준비 인원이 5명에 불과하며 업무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점 등의 위험요소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석유 관계자는 “값싼 석유의 공급은 국민 염원이라는 마음으로 연내 자금조달과 사업진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용절약을 위해 공모 진행 후 영업을 위한 계약과 인력충원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석유는 청약금이 150억원 밑이면 모인 돈을 모두 투자자들에게 되돌려 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부족한 자본금과 인프라로 L당 200원 싸게 기름을 공급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결국 정부에 세금 감면 등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석유는 소비자에게 ‘착한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올해 3월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공모하는 게 아니라 자금 공모 뒤에 사업을 시작하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달 초 터키 바레인 기업들과 잇달아 장기 석유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