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10일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씨(왼쪽)와 작곡가 전민재 씨.  /금호아트홀 제공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10일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씨(왼쪽)와 작곡가 전민재 씨. /금호아트홀 제공
2010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결선 진출자들은 모두 과제곡으로 ‘표적(Target)’이란 작품을 연주했다. ‘표적’은 같은 콩쿠르에서 기악 부문에 앞서 수상자를 발표한 작곡 부문 대상을 받은 전민재 씨(26)의 수상곡.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쓴 작품이다. 당시 피아노 부문 결선 진출자는 모두 12명. 이 중 한국인 참가자가 5명으로 ‘풍년’을 이뤘던 대회다. 6위를 차지한 김다솔 씨(24)도 그중 한 명이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인연을 맺었던 김다솔·전민재 씨가 다시 만났다. 10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20세기 에센셜’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김씨의 독주회를 통해서다. 20세기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꾸민 이번 연주회에서 김씨는 전씨가 쓴 ‘4월의 바가텔’을 세계 최초로 연주할 예정이다. ‘바가텔’은 피아노 소품곡에 붙이는 이름이다.

8일 오후 연습을 위해 금호아트홀을 찾은 이들을 만났다. 전씨는 “콩쿠르 당시 결선 진출자 가운데 연주를 들어달라고 먼저 찾아왔던 사람은 다솔씨가 유일했다”며 “워낙 곡을 잘 해석해 따로 충고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금도 누가 ‘표적’을 들려달라고 하면 다솔씨의 연주를 들려줄 정도”라고 했다.

전씨는 “다솔씨를 위한 피아노 곡을 따로 쓰려고 했는데 이번 공연 프로그램을 보니 무거운 곡이 많아 원래 여자친구를 위해 만든 ‘4월의 바가텔’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콩쿠르 때 연주했던 ‘표적’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어서 놀랐다”며 “다양한 느낌의 색채가 인상적인 곡”이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4월의 바가텔’ 이외에도 마르탱의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과 리게티의 ‘피아노를 위한 에튀드’, 윤이상의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바버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평소 클래식 공연에선 접하기 어려운 곡들이다.

김씨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이 현대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곡에 담긴 감성 같은 게 잘 와 닿고 작곡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곡을 잘 연주하려면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야 하는데 예전 곡들은 작곡가를 만날 수 없잖아요. 동시대인이었던 프로코피예프가 곡을 쓰고 (피아니스트) 리히터가 그 앞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어요. 훗날 저와 민재형의 만남도 이런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씨는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청중과 만났다. 오는 12월에는 재즈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2월에는 뉴욕필하모닉과 서울에서 베토벤 3번을 연주한다. 10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1만~3만원. (02)6303-1977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