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출구전략과 미국 예산안, 그리고 연방부채 한도 확대협상 등 3대 현안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개별 국별로 많은 과제와 변수를 갖고 있지만 미국의 3대 현안에 의해 묻어가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특히 주가, 금리, 통화 가치 등 수익성 변수가 3대 현안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갈수록 높은 것이 요즘 현실이다.







각국이 안고 있는 과제와 향후 일정의 가중치를 감안하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3대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현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 이달 17일로 닥친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의 타결 여부와 타결된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정책 기조와 재정건전화 방안에 대해 의견차가 팽팽히 맞서온 점을 감안하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재확인됐듯이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에서도 한 쪽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관철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공화당은 시장과 경쟁의 긍정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부유층 증세 등 조세형평성 제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확대 △인프라 등에 대한 정부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공화당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재정건전화를 위한 정책에서도 민주당은 세금 인상에 중점을 두지만 공화당은 재정지출 축소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제 3자의 기구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미국과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미 의회와 정부는 정부폐쇄를 피하고 정부부채한도 증액 관련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2014년 예산안과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에 있어서 정치적 공방의 최대 쟁점은 오바마 케어(Obama`s care)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07년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가장 중점으로 내세운 공약이다. △부실한 의료체계를 개선¹하고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의료혜택을 정부차원에서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오바마 케어는 1965년 당시 민주당 케네디 대통령 시절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²와 메디케이드(Medicaid)³를 도입한 이후 미국 의료시스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의료개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 공화 양당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표1> 오바마 헬스 케어(건강보험개혁법)의 주요 내용 및 쟁점





미국 의회 예산국(CBO)에 따르면 2023년까지 오바마 케어로 정부지출이 약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연간 정부예산의 약 4∼7%에 이르는 규모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고령인구 증가와 저성장 등으로 의료보장에 필요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케어가 추진될 경우 의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지출 비중은 2012년 23.3%에서 2023년 31.1%로 7.75%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령인구 증가로 메디케어 지출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저소득층 의료보장 강화로 메디케이드 관련 재정지출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⁴













정권 장악이라는 정당의 목적 상 오바마 대통령이 더 이상 못 나오는 상황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역작인 ‘헬스 케어’를 예산안과 연방부채 한도 확대협상에 최대한 활용해 집권당인 민주당을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또 공화당이 전적으로 양보해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이 오바마 정부의 요구대로 타결된다 하더라도 이미 위험수준에 도달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 미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쳐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이 부결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이 부결돼 국가부도(default) 우려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2011년 8월의 ‘낙인 효과(stigma effect)`까지 겹치면서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공화당의 책임론도 거세게 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 중간 단계의 절충수준에서 타결될 것으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때 부채한도 확대 협상 타결은 더 어려워져 오바마 케어가 한시적으로 연기되거나, 추진 쪽으로 합의되더라도 다른 곳에서 대폭적으로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이른바 재정중화정책(fiscal sterilization policy)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준(Fed)은 재정긴축의 강도와 내용 등을 미국경제의 회복속도와 장기 성장전망에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 추진을 고려할 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양효과가 큰 재정지출을 삭감하면 정작 출구전략 효과가 나타나는 때에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9월 Fed회의에서 출구전략 추진을 일단 연기시켰다.









1930년대에도 당시 Fed의 의장이었던 에클스가 이런 점을 무시하고 너무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 경기를 망친 대실수(Eccles`s failure)가 있었기 때문에 대공황에 전문가인 버냉키 의장이 이런 점을 중시해 재정위험을 향후 꼬리 위험으로 꼽는 배경이다. 9월 Fed 회의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하향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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