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적인 관심을 표명할지가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TPP와 관련, 특별한 관심 표명은 없었으며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면서 TPP 참여국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양자간 FTA에 속도를 내는 등 ‘실익 챙기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선도발언에서 “APEC 내에서는 자유무역을 위한 여러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 등이 주도해 16개국(한국 포함)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를 사례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아태자유무역지대(FTAAT)라는 큰 강을 향해 RCEP와 TPP 같은 다양한 지류들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중립적이며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일각의 예측과 달리 TPP에 대한 어떠한 관심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TPP 참여 여부는 산업 전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 여론 수렴 절차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이런 과정 없이 대통령이 다자회의에서 불쑥 꺼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언젠가는 TPP에 참여할 것을 대비해 TPP 참여국들과 개별적인 FTA 협상을 가속화한다는 게 우리 측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TPP 참여국인 캐나다 멕시코 페루 등의 정상들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가졌다. 캐나다와는 현재 교착 상태인 한·캐나다 FTA 협상을 올해 안에 타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멕시코의 경우 자국의 제조업 기반 산업 파급 영향을 우려해 한국과의 FTA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상태지만, 협상을 재개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간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발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