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난동부린 노조간부의 '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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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지식사회부 기자 hkang@hankyung.com
“결국 김씨를 다시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일터 밖에서 계속 다른 근로자들을 선동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기사가 나가면 안된다”며 한사코 취재에 응하지 않던 대산유화단지 A사 하청업체 B기공의 이모 현장소장은 기자에게 “지난 4월부터 민주노총 건설플랜트노조가 벌여온 각종 폭행·협박의 핵심 인물인 김모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난 1일자로 복직시켰다”고 털어놨다.
충남 서산 대산유화단지 건설 현장의 하청업체들은 조합원 수 1700여명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충남지부와 매년 임금·단체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김씨를 비롯한 강성 간부들과 200여명의 행동대원인 ‘노조 선봉대’는 협상과는 별도로 출근 저지, 태업, 비조합원 및 타 노조 조합원 폭행 등을 계속해 왔다고 업체들은 전했다.
지난 8월1일 임금협약 잠정합의서가 체결되자 김씨는 재협상을 주장하며 ‘비대위’를 조직하고 위원장을 맡아 ‘난동’ 수위를 높여 갔다. 하청업체들이 출근 방해 및 노조 가입 강요로 김씨 등을 형사 고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8월30일에는 한국노총 조합원 24명을 고용한 C업체 현장에 몰려가 사무실을 파괴하고 근로자들을 폭행했다.
김씨는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B기공에서 퇴사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7일 위원장직을 돌연 사퇴하고 복직을 신청했다. “복직시켜주지 않으면 조합원 1000여명을 동원해 집회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장 근로자 채용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 소장은 김씨의 복직 요구를 받고 고민하느라 한 달 가까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원청업체인 A사는 “시끄러운 일이 또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소장을 은근히 압박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김씨에 대한 형사 처벌이 확정될 때까지는 의견을 내기 어렵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소장은 “노조의 ‘떼법’에 밀려선 안 된다는 소신이 현실에서 또 한 번 꺾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굳이 기사를 쓰려거든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적법 대응으로 일관해온 세아제강은 지난 4일 노조를 일터로 복귀시켰다.
그러나 일선 노동현장에선 김씨의 복직처럼 비상식적인 사례도 여전하다. ‘시끄러운 사태는 피하고 보자’는 태도가 노조의 떼법과 억지를 키워줘 온 건 아닌지 씁쓸하다.
강현우 지식사회부 기자 hkang@hankyung.com
“기사가 나가면 안된다”며 한사코 취재에 응하지 않던 대산유화단지 A사 하청업체 B기공의 이모 현장소장은 기자에게 “지난 4월부터 민주노총 건설플랜트노조가 벌여온 각종 폭행·협박의 핵심 인물인 김모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난 1일자로 복직시켰다”고 털어놨다.
충남 서산 대산유화단지 건설 현장의 하청업체들은 조합원 수 1700여명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충남지부와 매년 임금·단체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김씨를 비롯한 강성 간부들과 200여명의 행동대원인 ‘노조 선봉대’는 협상과는 별도로 출근 저지, 태업, 비조합원 및 타 노조 조합원 폭행 등을 계속해 왔다고 업체들은 전했다.
지난 8월1일 임금협약 잠정합의서가 체결되자 김씨는 재협상을 주장하며 ‘비대위’를 조직하고 위원장을 맡아 ‘난동’ 수위를 높여 갔다. 하청업체들이 출근 방해 및 노조 가입 강요로 김씨 등을 형사 고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8월30일에는 한국노총 조합원 24명을 고용한 C업체 현장에 몰려가 사무실을 파괴하고 근로자들을 폭행했다.
김씨는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B기공에서 퇴사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7일 위원장직을 돌연 사퇴하고 복직을 신청했다. “복직시켜주지 않으면 조합원 1000여명을 동원해 집회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장 근로자 채용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 소장은 김씨의 복직 요구를 받고 고민하느라 한 달 가까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원청업체인 A사는 “시끄러운 일이 또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소장을 은근히 압박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김씨에 대한 형사 처벌이 확정될 때까지는 의견을 내기 어렵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소장은 “노조의 ‘떼법’에 밀려선 안 된다는 소신이 현실에서 또 한 번 꺾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굳이 기사를 쓰려거든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적법 대응으로 일관해온 세아제강은 지난 4일 노조를 일터로 복귀시켰다.
그러나 일선 노동현장에선 김씨의 복직처럼 비상식적인 사례도 여전하다. ‘시끄러운 사태는 피하고 보자’는 태도가 노조의 떼법과 억지를 키워줘 온 건 아닌지 씁쓸하다.
강현우 지식사회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