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6일 저녁 서울 한 음식점에서 손학규 상임고문과 회동을 한 후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삼고초려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6일 저녁 서울 한 음식점에서 손학규 상임고문과 회동을 한 후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꺼질 듯하던 손학규 등판 ‘불씨’가 되살아났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은 6일 밤 시내 모처에서 심야회동을 하고 10·30 재·보궐 선거에서 양측의 입장차를 상당 부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밤 회동 직후 “조금 시간을 갖고 국민의 뜻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손 고문의 답변을 전했다. 출마를 거듭 고사했던 손 고문의 입장이 바뀜에 따라 화성갑에 출마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빅매치’가 성사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둘의 회동은 당내 손학규계 인사들이 마련한 손 고문의 귀국 환영 만찬이 열리던 식당에 김 대표가 찾아가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배석자 없이 25분간 진행됐다.

김 대표는 “당의 총의로 재·보선에 출마해줄 것을 요청드렸다”며 “(지난 4일 첫 회동 후) 이틀 동안 당에서 보다 (손 고문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들이 집약되고 있다는 걸 다시 말씀드렸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 차례 미뤄진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를 일단 7일 오전 열어 단수후보 지역인 포항남·울릉 공천을 확정지을 방침이나 화성갑의 경우 손 고문이 확답을 줄 때까지 결론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 고문은 지난 4일 김 대표와 가진 심야회동에서 “지난 대선에 패배, 정권을 내주게 한 죄인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출마하는 게 국민 눈에는 욕심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고사한 뒤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5일에도 김 대표가 손 고문을 재차 만나 설득하려고 했으나 손 고문 측이 만남 요청조차 정중히 거절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심야회동으로 김 대표가 손 고문에게 삼고초려를 하게 되는 셈”이라며 “손 고문 측이 당초 출마 조건으로 제시했던 서청원 전 대표 공천과 당 지도부의 출마 요청 등 환경이 만들어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선당후사(先黨後私)’ 입장을 견지해온 손 고문으로서도 김 대표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 고문은 늦어도 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기념 행사 때까지는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포항 남·울릉 재선거 후보로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선정했다.

손성태/이호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