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기고 '행정권력 견제' 입법기능 강조…"워싱턴이 일한단 증거"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이어지면서 지난 1990년대 발생한 셧다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사로서 최근 부쩍 회자되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자신을 비롯한 공화당을 변호하고 나섰다.

깅리치 전 의장은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셧다운은 워싱턴이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현재 우리가 워싱턴에서 목격하는 것은 자유를 보호하려는 미국적 시스템의 정수"라고 주장했다.

깅리치는 하원의장으로 재직하던 1995년 12월 예산안을 놓고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와 극한 대립을 빚은 끝에 21일간 셧다운을 불러왔다.

미국 전역이 혼란의 극치를 경험했고, 이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참패했다.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깅리치는 이후 정치적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깅리치는 기고문에서 "셧다운에 대해 엄청난 과장과 히스테리가 있다"며 "이는 모두 미국과 영국의 초기 역사에 대한 무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의 경험들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으로 문을 닫는 것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를 보여 준다"며 "이는 선출된 대표자들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합법적으로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깅리치는 지미 카터 및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민주당 소속인 팁 오닐 전 하원의장이 12차례나 되는 셧다운을 주도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당시) 셧다운은 입법 과정의 일부였다"며 "아무도 셧다운을 대재앙으로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깅리치는 나아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끌어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부패하고 고압적인 영국 정부를 경험한 이들은 독재로부터 자유를 지키고자 했고, 이 때문에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긴장'을 원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하원 공화당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지적하고는 의회의 예산 처리 권한에 빗대어 "돈주머니의 권력(power of the purse)을 사용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3일 미국 타임지에도 "건국의 아버지들은 셧다운을 좋아했다"는 글을 기고, "정부를 이루는 각 부분이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순간이 있고 셧다운은 그 차이의 표현"이라며 현 사태를 두둔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