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국방부는 인터넷 자유 명분 자금지원 '모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온라인 익명성을 보장하는 유명 비영리 소프트웨어인 '토르'(Tor)를 뚫으려고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이 유출한 NSA 자료를 토대로 4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NSA와 영국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는 토르를 공격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 라우터'(The Onion Router)를 뜻하는 토르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발되며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여러 겹에 걸쳐 숨겨주는 프로그램이다.

NSA는 토르의 서비스가 보장하는 익명성을 근본적으로 무력화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이용자들의 신원을 추적하고 이들의 컴퓨터에 설치된 취약 소프트웨어를 공격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NSA는 네트워크에 메시지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을 추적해 이용자 식별을 시도하거나,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이용자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었다.

특히 토르의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 기반이 되는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구 버전의 취약성을 공략, 특정 이용자들의 컴퓨터 파일이나 온라인 활동에 접근했다.

다만 NSA는 "우리는 절대로 모든 토르 이용자를 한꺼번에 비(非) 익명화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작업 분석으로 극소수만 신원을 밝힐 수 있다"고 자인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사안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정부 자신이 토르에 운영 자금을 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토르의 자금 60%를 국무부와 NSA를 관장하는 국방부 등 미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토르는 서구뿐만 아니라 이란·중국·시리아 등의 반정부 활동가나 언론인들에게 널리 사용된다.

토르를 통하면 국가 등 외부의 인터넷 검열을 피할 수 있고 차단 사이트도 우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억압적 정권에 대항하는 '인터넷 자유'를 명분으로 토르를 지원해 왔다는 것이다.

NSA는 이와 관련한 가디언의 질의에 "합법적인 국외 정보 및 방첩활동을 위해 법이 허가한 통신내용만 수집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