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이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이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3일 낮 12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명품매장. 젊은 중국인 여성들이 삼삼오오 쇼핑을 한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양밍(33)은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인데 그전에는 주로 명동으로 쇼핑을 갔지만 최근 강남이 중국에서도 많이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게 됐다”며 “명동보다 더 고급스럽고 볼거리나 먹거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건국일인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여행 패턴이나 소비성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에서 지난 1일부터 저가 여행상품을 규제하는 관광법이 시행되면서 패키지투어 여행객이 크게 줄고 개별 혹은 2~3인의 소규모 자유여행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강남을 찾는 20~30대 젊은 유커(遊客)들이 많아졌고, 이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국경절 기간 들어올 중국인 관광객을 대략 15만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9만1000여명에 비해 64.5% 증가했지만 패키지투어 여행객은 10~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투어의 경우 전년 대비 30%가량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줄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국경절 기간 예상 입국 인원이 5000명 선이어서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는 관광법 시행으로 한국 방문 패키지 여행상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박3일 상품의 경우 50만원 선이었던 것이 80만~9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50% 상승하면서 상품 구매가 줄어들었다.

지방 관광명소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린 것도 특징이다.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대표적이다. 박람회 조직위는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대략 1만여명이 박람회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3~12일)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국내외 유명 배우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2만5000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중국인 관광객 중 젊은 층, 고소득층이 증가하면서 활동 영역이 강남권으로 확대된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인 대상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한 데 이어 국경절 기간 매출도 작년보다 1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남에 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특급 호텔에 투숙하는 것도 변화된 패턴이다. 중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숙박에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모텔 등에 묵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은 국경절 기간 객실이 모두 찼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최근 중국인이 많이 찾는 청담동 명품숍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손 커지는 젊은 유커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 유통업계가 집계한 국경절 기간 중국인 고객 1인당 구매금액 예상치는 115만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MCM(핸드백)이나 오메가(시계) 등을 많이 구입했다. 최근에 방문하는 젊은 중국인들은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고가 브랜드를 구입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일 롯데면세점 10층 시계 브랜드 피아제 매장에서 한 중국인이 베젤(테두리)에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4500만원짜리 손목시계를 현금으로 구입했다. 이 매장에서 가장 비싼 1억3800만원짜리 ‘피아제 폴로’도 10개 가까이 판매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국경절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중국인 방문객이 작년 같은 날보다 182% 증가했으며 이들을 상대로 한 매출은 800%나 급증했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도 바쉐론콘스탄틴, 파네라이, 피아제 등 고가 시계 브랜드가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유승호/이지훈 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