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목잡힌 아시아 외교…中은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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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정부 '셧다운' 후폭풍 확산
오바마, 2개국 방문 전격 취소…영향력 확대 차질
시진핑, 동남아 순방 '亞 인프라 투자銀' 설립 제안
오바마, 2개국 방문 전격 취소…영향력 확대 차질
시진핑, 동남아 순방 '亞 인프라 투자銀' 설립 제안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 여파로 ‘아시아로 힘의 균형을 이동(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하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셧다운 이틀째인 2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6일부터 순방 예정이었던 아시아 4개국 중 2개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당초 그는 오는 7~8일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에서 각각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1주일 내내 아시아에 머무는 일정이었으나 셧다운이라는 돌발 변수로 장기간 백악관을 비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방문을 취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가 국내 정치 문제에 발목 잡혔다”며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피벗 투 아시아’ 삐걱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중동에 힘을 쏟았던 외교·군사적 자원을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아시아 지역으로 재분배하는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을 표방해왔다. 핵심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말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으로 아시아(태국 캄보디아 미얀마)를 찾았다. 연초에는 아·태지역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연내 타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사태로 이어지는 중동문제에 번번이 발목 잡혀 아시아 외교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 연설에서 대부분을 중동에 할애하고 아시아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아 ‘아시아 홀대론’까지 부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피벗 투 아시아’를 재강조하면서 아·태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APEC과 EAS 참석 뒤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그리고 동남아 패권국인 말레이시아를 각각 방문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의도였다. 이번 순방 일정 축소로 당초 기대한 효과는 반감될 전망이다.
○활보하는 시진핑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일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순방길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선 320억달러 규모의 투자·무역협정을 맺었고, 향후 3년간 15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시 주석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중국이 금융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4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대규모 경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라일 세이어 호주국방대 명예교수는 “셧다운 문제로 미국의 아·태 외교 정책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고 중국은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쑤하오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축소는 이 지역에서 미·중 간 힘의 균형을 원하는 동남아 국가를 당황케 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동남아 국가 순방 결과가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장진모/김태완 특파원 jang@hankyung.com
셧다운 이틀째인 2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6일부터 순방 예정이었던 아시아 4개국 중 2개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당초 그는 오는 7~8일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에서 각각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1주일 내내 아시아에 머무는 일정이었으나 셧다운이라는 돌발 변수로 장기간 백악관을 비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방문을 취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가 국내 정치 문제에 발목 잡혔다”며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피벗 투 아시아’ 삐걱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중동에 힘을 쏟았던 외교·군사적 자원을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아시아 지역으로 재분배하는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을 표방해왔다. 핵심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말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으로 아시아(태국 캄보디아 미얀마)를 찾았다. 연초에는 아·태지역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연내 타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사태로 이어지는 중동문제에 번번이 발목 잡혀 아시아 외교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 연설에서 대부분을 중동에 할애하고 아시아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아 ‘아시아 홀대론’까지 부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피벗 투 아시아’를 재강조하면서 아·태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APEC과 EAS 참석 뒤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그리고 동남아 패권국인 말레이시아를 각각 방문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의도였다. 이번 순방 일정 축소로 당초 기대한 효과는 반감될 전망이다.
○활보하는 시진핑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일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순방길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선 320억달러 규모의 투자·무역협정을 맺었고, 향후 3년간 15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시 주석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중국이 금융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4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대규모 경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라일 세이어 호주국방대 명예교수는 “셧다운 문제로 미국의 아·태 외교 정책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고 중국은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쑤하오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축소는 이 지역에서 미·중 간 힘의 균형을 원하는 동남아 국가를 당황케 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동남아 국가 순방 결과가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장진모/김태완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