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용 전동침대 시장을 놓고 중소 제조업체들과 중견 가구기업 퍼시스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40여개 중소기업들이 경쟁해 온 시장에 중견기업 퍼시스가 뛰어들면서부터다. 중소기업들은 187개 품목을 생산, 공공 병원 입찰을 통해 제품을 팔아왔다. 공공조달 시장은 중소기업들에는 중요한 매출처다.

하지만 퍼시스가 이 시장에 뛰어든 작년 9월 이후 지난달까지 정부 공공조달 시장을 통해 발주된 15억원 규모의 공공 입찰에서 퍼시스가 따낸 물량은 6억원어치였다. 1년 사이에 공공조달 시장의 40%를 장악한 것이다. 의료용 전동침대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퍼시스가 저가 입찰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의료용 전동침대 특별대책 소위원회’를 만들기까지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동침대업체 사장은 “퍼시스가 공공 병원은 물론이고 민간 병원에까지 저가 판매에 나서면서 지난 1년간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공공 입찰을 한 건도 따내지 못한 업체들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퍼시스는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며 “저가 공세로 중소기업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6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전체 의료용 전동침대 시장에서 15억원밖에 안되는 공공 입찰에 참여한 것을 놓고 ‘중소기업 밥그릇 뺏기’라고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퍼시스 케어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공석만 팀장은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한 것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중소기업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가 매우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따냈다면,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이윤을 누려왔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가구업계는 지난주에만 파로마, 파쎄 등 두 곳이 부도가 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을 확대해 불황을 극복하려는 퍼시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중소업체들의 이해 관계와 맞부딪힌 것이다.

중소기업들을 무작정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퍼시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고, ‘좀 더 좋은 제품을 값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중소기업 보호 정책이 그동안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차분히 따져볼 때가 왔다.

은정진 중소기업부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