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다음달부터 가을철 징집이 시작되는 가운데 현지 국방부가 30일 징집 대상자가 자신이 키우던 개를 데리고 입대한 것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 총참모부 징집국 부국장 예브게니 부르딘스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징집 대상자가 자신의 애완견과 함께 특수 훈련 코스를 밟아 개가 특별한 재능을 획득했다면 군대에도 필요하다”며 동반 징집 허용 방침을 소개했다.

부르딘스키 부국장은 징집 홍보 기간에 키우던 개를 데리고 입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접수돼 검토 끝에 이를 허용키로 했다면서 재능있는 개를 가진 징집병은 정규군뿐 아니라 경찰 산하 내무군에서도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모든 개가 군 복무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면서 “중요한 것은 고급 품종인지 여부가 아니라 개가 가진 재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독일산 경비견처럼 좋은 품종이 아니더라도 물건을 찾아내고 마약류 등을 수색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일반 사냥개라도 충분하다” 며 “선발된 개는 소속부대로 이동하는 동안 주인과 마찬가지로 각종 보급품을 지급받게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이같은 방침은 개를 특별히 아끼는 러시아인들의 생활 문화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대다수 러시아인은 개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단독 주택은 물론 아파트에서도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아주 많으며 그런 집에선 개를 가족처럼 끔찍이 챙긴다.

하루에 1~2차례 산책을 시키는 것은 물론 먼 곳으로 여행을 갈 때도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개 동반 징집 허용도 애완견과 떨어지길 꺼리는 젊은이들의 정서를 배려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징병제와 모병제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약 92만 명의 전체 병력 가운데 징병제로 모집된 사병 수가 약 30만 명, 계약제 사병 수는 약 19만 명이다. 징집병의 근무기간은 보통 1년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