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연휴에 15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손님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29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중국 국경절 연휴에 15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손님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29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 외벽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대상으로 할인행사를 벌인다는 내용의 크고 작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앞두고 유커 유치를 위한 차원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건물 외부에서 한국어 현수막이나 안내문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지경이었다.

"유커를 잡아라" 백화점·면세점 총력전
매장 안도 분주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와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매장에는 벌써 많은 중국인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김희경 오브제 매장 매니저는 “국경절 연휴 기간 중 30%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행사 내용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에서 온 위챵 씨(23)는 “한국의 좋은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경절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며 “한국 백화점들이 중국인만을 위한 행사를 여는 등 중국인을 중요한 고객으로 여기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국경절 기간 15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9만1000명에 비해 65%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백화점업계도 중국인 쇼핑객이 추석 때보다 5배 이상 늘기 때문에 연중 가장 중요한 기간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국경절 연휴 동안 2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50%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유커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류스타에게 협찬하는 브랜드를 모아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었다. 이승기 씨, 그룹 유키스 등에게 옷을 협찬하는 박종철 디자이너의 브랜드 등이 2층 더웨이브 매장에 입점했다. 매장을 기획한 강민규 영패션팀 상품기획자는 “이번주 목요일까지 운영되는 이 매장에 평소보다 6배가량 많은 외국인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또 다음달 7일까지 본점과 잠실점에서 ‘중국인 쇼핑왕을 찾아라’ 행사를 열어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객에게 500만원 상당의 황금돼지와 한국 방문용 ‘왕복 항공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현재 3846만원어치를 구매한 고객이 1위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20일까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정용품 등을 할인 판매하는 ‘K세일’을 연다. 여권을 제시하는 외국인에게 10~20%의 추가 할인 혜택을 주는 행사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K팝 팝업스토어를 열고 유커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면세점 역시 유커를 맞을 채비를 마쳤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여행 사이트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골드바를 증정하는 경품행사도 마련했다. 신라면세점은 다음달 13일까지 매일 888명의 중국인 관광객에게 선불카드 1만원권을 증정하고 있다. 중국어 인터넷면세점인 CN몰에서 신라면세점 할인쿠폰과 에버랜드 입장권 등을 주는 행사를 벌인다. 워커힐면세점 역시 중국인을 겨냥해 시계전시회와 판촉행사를 준비했다.

백화점업계는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중국의 여유법(旅遊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유법은 중국 여행사가 초저가 관광을 미끼로 상품을 판매한 뒤 현지에서 쇼핑을 강요해 수수료를 챙기는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저가 패키지 관광객보다 개인적으로 와서 고가의 품목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여유법이 저가 패키지 상품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고급 제품 위주의 백화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