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기가 거의 없는 민낯에 긴 머리카락을 질끈 묶어도 남다른 배우 정유미(30). 그녀의 매력은 솔직할 때 더욱 빛난다. 그래서일까. 영화 ‘우리 선희’(홍상수 감독, (주)영화제작전원사 제작)의 주인공 선희와 무척이나 겹쳐진다. 랩을 하듯 속사포로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도, 아련한 눈망울로 관객을 바라보는 모습도 그저 다 받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정유미는 ‘우리 선희’에서 영화과 졸업생 선희로 출연한다. 졸업 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선희는 유학을 결심하고 추천서를 받기 위해 옛 선생인 동현(김상중)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옛 남자친구 문수(이선균)와 학교 선배 재학(정재영)까지 만난다. 그리고 동현 문수 재학이 생각했던 선희에 대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관객들은 선희를, 그리고 정유미를 어떻게 봤을까. 아마 예쁘게 봤겠지만.





◆ “대사 외우기 정말 힘들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대낮에 혼자 치킨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치킨과 맥주가 아닌, 치킨과 소주를 생각나게 한다. 술을 마시면서 보면 술술 넘어간다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선희는 술을 마시고 또 마시며 그렇게 취하고야 만다. 보고만 있어도 소주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런데 그게 지독하지 만은 않다. 하지만 배우들은 무척 고생했으리라.



“계속 그렇게 마시면 촬영을 못해요. 소주도 있고 물도 있고 간간히 섞어 마셨죠. 연기를 했던 기억은 있는데 마무리가 된 기억은 없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매니저만 있고 다른 분들은 없었죠. 다음 장소로 모두 이동한 거였어요.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냐고요? 아뇨, 별로 관심이 없어요. 왜 사람들이 ‘아, 오늘은 정말 술을 마시고 싶다’ 그런 말을 하잖아요. 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분위기만 즐기는 정도라고 할까요?”



아침에 대본이 나오는 홍상수의 영화라고 하면 힘들 법도 한데 어쩐지 여유가 넘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08)로 홍상수와 인연을 맺은 정유미는 꽤 많은 시간들을 함께하고 있다. 장편영화만 해도 ‘옥희의 영화’(10) ‘다른 나라에서’(11) ‘우리 선희’(13)까지. 이 정도면 적응이 안 될 수가 없지. 하지만 타이틀 롤이라는 부담감은 어느 정도 마음에 둔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는 말이 되겠다.



“대사를 외우는 게 정말 어려워요. 아침에 주니까. 그냥 같이 헤쳐 나가는 거예요. 그게 부담스러웠다면 당연히 못했겠죠. 어떤 걸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재미있으니까 가는 거예요. 촬영장에. 가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이 나올까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건 대본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되죠. 그런 즉흥적인 부분들이 저와 잘 맞아요. 그래서 즐거워요.”







◆ “여행은 좋은데 혼자서는...”



자유로운 영혼. 정유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연기에서도 묻어나듯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하다. 틀에 박히지 않아 궁금하고 무수한 생각들 중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궁금하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제법 심심하지 않다. 놀 때도, 일을 할 때도 확실히 하는 모습이 당연하면서도 부럽다.



“선희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혼자인 걸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무섭잖아요. 하지만 여행은 혼자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적 한계가 있으니까. 일이 있을 때는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이니 회사원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잖아요. 아, 연말에 친구들 6~7명 정도 해서 여행을 다녀왔어요. 처음이었죠. 정말 재밌게 놀았어요. 또 가고 싶어요.”



일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작품으로 흘러간다. 작품 이외에는 자신을 드러낼 곳이 없어 심심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웃는다. 다작에 대해 물었더니 “욕심은 없다”고 못 박는다. 사실 욕심으로 안 되는 일도 참 많지 않나. 정유미는 그 중 하나를 일로 꼽았다.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어떤 일이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어요. 많이 하고 싶다고 해서 많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해도 기회가 닿아야 되는 거니까. 영화 ‘깡철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 차기작은 선택하지 못하고 있어요. 쉬는 시간이 길어질지, 짧아질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뭐, 지금 당장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고 해서 찍자마자 바로 개봉하는 건 또 아니니까요. 연기가 좋아서 그것만 해요. 배우니까요.”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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