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보다는 편의점의 성장 잠재력이 크고, 모바일쇼핑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소매업자대회에 참석한 다수의 유통업계 경영자들은 이같이 주장했다.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거리 소량구매’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유통업체들이 시간절약형 쇼핑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베르너 가이슬러 P&G 부회장은 “현대 도시 여성은 대부분 직업을 갖고 있어 쇼핑에 쓸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에 따라 “유통업에서 인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매력이 큰 소비자일수록 가격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사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에무라 데쓰로 유니그룹 회장은 “쇼핑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구매 규모도 작아진다”며 “백화점보다는 편의점과 ‘미니마켓형 상점’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상익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정책실장은 “요즘 소비자의 특징은 근거리 쇼핑, 소량 구매, 가족이 아닌 개인 단위 구매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소규모 점포에 유리한 환경 변화”라고 말했다.

시간절약형 쇼핑 경향은 모바일 쇼핑의 급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은희 닐슨코리아 대표는 “아시아 소비자의 61%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며 “일본 소비자의 89%는 모바일 쇼핑을 이용한 경험이 있고 한국 소비자 중 40%는 매장에서 쇼핑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 "빅데이터가 유통업체 핵심 경쟁력"

“비 오는 날 여성 고객들은 왜 화장품을 구입하고 나서 남성복을 사는 걸까요?”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이 2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소매업자대회 클로징 강연에서 청중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는 “맑은 날엔 혼자 오던 여성들이 비가 오는 날엔 남편이나 애인의 차를 타고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빅데이터를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가 유통업체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롯데백화점의 마케팅을 예로 들었다.

롯데백화점이 고객 구매 성향을 분석한 결과 맑은 날엔 화장품을 구매한 여성의 52.9%가 명품 가방을 샀고 44.6%는 여성복을 구입했다. 남성복을 산 고객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엔 화장품을 구매한 여성 중 48%가 남성복을 샀다. 신 사장은 “비가 오는 날 남성복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자 남성복 매출이 34%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류스타를 활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신 사장은 “소녀시대의 사진이 들어간 의류를 판매하고 관련 상품으로 임시 매장을 열자 외국인 매출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