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침체에서 회복되고 있지만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만큼 회복 속도가 충분하지 않고 불확실성도 많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23일(현지시간) 한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몇 개월 내로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10월이 아니라 12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용 회복과 성장 모멘텀 지속돼야”

더들리 총재는 채권 매입을 줄이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는 고용시장 회복, 둘째는 고용시장 회복이 지속될 수 있는 충분한 경제 모멘텀이다.

그는 그러나 “성장 모멘텀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으며 2%의 경제성장률로는 고용시장이 개선되기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난 몇 달간의 금리 상승은 경제 회복에 실질적인 장애이며 세금과 지출 등 재정정책의 불확실성도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들리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내린 연 2.70%로 떨어졌다. 양적완화 축소가 10월30일 열리는 FOMC 회의가 아니라 그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WSJ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10월에 출구전략에 나설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10월 FOMC까지 짧은 기간에 전체 그림을 바꿀 만큼 극적인 경제 회복의 증거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양적완화 조기 축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하긴 하다.

○버냉키 스승의 충고

재닛 옐런 Fed 부의장과 함께 차기 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홍콩에서 열린 한 포럼 강연에서 “Fed는 벤 버냉키 의장이 내년 1월 퇴임하기 전에 완만하게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Fed가 천천히 움직일 것이므로 금리가 급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MIT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피셔 전 총재는 지난 18일 Fed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에 따른 시장 혼란에 대해 “Fed의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가 혼란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지난 5월 말 버냉키 의장의 “다음 몇 번의 FOMC 회의에서 채권 매입을 줄이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이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9월 양적완화 축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피셔 전 총재는 “시장이 급변하는데 6개월 후 정책을 예고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정책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